삼불정책 논의 유감 - 是非曲學阿世與
是非曲學阿世與
인천참교육연구소 소장 이한수
hansu85@hanmail.net
3불 정책이 논란거리이다.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본고사제, 세 가지를 허용할 수 없다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 명문대 몇몇 학교에서 반론을 제기하면서 논쟁은 시작되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오래 전부터 입시교육 문제는 우리 사회의 골칫거리였고, 얼마 전에도 평준화 문제로 뜨거운 논쟁이 있었다. 해묵은 난제를 들추어 요란스럽기만 하니 대선국면의 정략적 이슈화라고 의심받을 만하다.
인문계 고등학교 교사로서 이해당사자일 수밖에 없는 내가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밝히는 게 얼마나 공감을 얻을지 궁금하다. 요즘 벌어지는 논쟁을 보면, 상대방이 듣든지 말든지 자기 얘기만 늘어놓는 것 같아 짜증스럽기까지 한데, 나의 얘기도 뻔한 되풀이로 여겨지지 않을지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하나마나 한 얘기는 하지 말아야 하는데…….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 치고 입시교육과 무관한 사람이 있을까? 전 국민이 이 문제에 관한 한 이해당사자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니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밝히는 것은 자신의 속셈을 드러내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말을 꺼내는 게 쉽지 않다.
설득하고 양보하는 일이 무망해 보이고, 모든 논의가 한 치의 양보 없는 전투 양상으로 치닫는 세태이긴 하지만 3불 관련 논의는 좀 너무한다 싶다. 어쩌면 이렇게도 허약한 논리의 주장을 이토록 강하게 할 수 있는지 경이롭기까지 하다. 자신의 논리 중에 허점이 있으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상대 논리의 장점은 높이사주는 공정성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전인수 격으로 자기 얘기만 늘어놓는 것은, 힘으로 입을 틀어막는 야만(野蠻)만큼 이 사회에 보탬이 안 된다는 걸 마음속에 좀 세기고 논의에 임했으면 좋겠다.
3불 정책 폐지론과 유지론의 논지는 이미 너무 많이 거론되어서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폐지론자들이 주장하는 바에 대해 궁금한 점이 참 많다. 그들은 살벌한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영재교육이 필요하고 지금과 같은 평준화체제에서는 영재를 선발 육성할 수 없으며 평준화제도는 오히려 사교육 팽창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경쟁력 있는 인재를 선발 육성할 수 있도록 대학에 자율권을 부여하여 대학의 성장을 함께 도모해야 한다고 한다. 이런 주장을 이 나라 이성(理性)을 대표하는 대학이 내세우고 있다는 사실이 좀 짜증스럽다. 명문대학이 말하는 인재육성은 허울뿐이고 실상은 대학의 영업상 이익을 교묘하게 포장하고 있을 뿐이라는 의심을 아니 가질 수 없다.
우리나라 입시교육은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기에 적합한가?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습흥미도가 OECD 국가 중에서 거의 꼴찌인 것을 보면 입시경쟁 교육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말끝마다 국가의 개입이 너무 과도하고 시장에 맡기는 게 더 낫다고도 한다. 이런 말을 거침없이 하는 사람들은 시장이 어떻게 형성되고 굴러가는지 차분하게 생각을 하고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교육을 시장의 논리로 접근하는 게 문제가 없는지, 부풀어 오른 시장이 소비 욕구만 자극하고 실상 사회적 자본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학자적 양심으로 신중하게 연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엘리트만 따로 모아서 영재 중의 영재를 골라내면 그렇게 키워낸 소수의 유능한 엘리트들이 다수의 낙오자를 먹여 살릴 수 있다는 논리가 얼마나 허구적인지 진짜 모른다는 말인가.
시장주의니 반시장적이니 딱지부터 붙이고 몰아대는 짓은 제발 그만했으면 좋겠다. 국가와 시장 중 어느 편에 서도록 몰아대는 자들은 좀 거칠게 말해 아는 체하면서 권력에 빌붙는 자임이 분명하다. 그런 자들이 걸핏하면 국가의 존망을 얘기하고 국민의 안녕을 걱정하고, 그런 억지 주장이 망가진 교육을 살리기 위한 해결책인 양 회자(膾炙)되고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누구도 풀기 어려운 난제를 자신은 명쾌하게 풀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치는 행위는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이 시대에, 그것도 교육 문제에 대해 공격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는 자들은 논리를 떠나 일단 의심해 봐야 한다. 곡학아세(曲學阿世)가 아닌지? 학문이 출세의 수단이고 공부가 돈으로 평가되는 세상에 가당키나 한 소리인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