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욕심

체거봐라 2008. 6. 4. 17:48

'법정' 스님의 말이 참 좋아요.

스님은 비우고 흘려보내는 이치를 참 아름답게 말했어요.

그런데 난 

맺히는 것들의 영롱함도 참 좋아요.

연잎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요.

집 베란다에 케일을 심은 적이 있는데

물을 줄 때마다

잎사귀에 물방울이 맺혀 구르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한참 쭈그리고 앉아 들여다보곤 했지요.

'법정' 스님은 물방울이 굵어져 무거워지면

미련 없이 흘려 보내는 연잎처럼

담아두려고만 하지 않고 흘려보내어서 아름다운 이치를 말했어요.

욕심 내지 말고 흐르도록 놔두는 마음은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난

잠시 맺혀서 영롱하게 반짝이는 마음도 참 곱다고 생각해요.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가슴 위에 잠시 맺히는 영롱한 물방울이지요.

참 탐스럽게 맺혔다 싶을 때

제 무게를 못 이기고 굴러 스러지고 마는 물방울처럼

누구나 그렇게 되지요.

비우는 마음이 아름답고

맺히면 스러지는 게 이치라지만

그런데

나는 참

마음 속에 맺히는 것이 대견하네요.

속깊이 옹이진 게 쉬 스러질 것 같지 않네요.

맺히는 영롱함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

욕되지 않기를

빌 뿐이지요. 

부끄러워 곱기도 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