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 10000 영화 10000BC의 허구
최근 기원전 1만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가 출품되어 이 시대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불을 찾아서]를 인상 깊게 본 적이 있어서 그 다음 시대를 잇는 영화가 출품된다니 필자로서도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기원전 1만년은 구석기시대에 해당한다. 구석기시대에 가장 세련된 문화를 이룬 족속은 아무래도 아시아 동북지역과 아메리카 북부 지역에 분포해 살았단 몽골로이드가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알려진 자료에 의하면 구석기문화가 이 지역에서 활짝 꽃피었다가 큰 전환을 이루어내지 못하고 정체되었던데 비해 서남아시아 지역의 큰 강 유역에서 일어난 정착 농경 문화는 이후 인류의 역사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킨다.
내가 보기에 지구의 다른 대부분 지역에서 자연친화적인 문화가 정교하게 자리잡아 안정된 문화 패턴을 오래 유지했는데 유독 메소포타미아 강 등 4대 문명 발상지의 큰 강 유역에서는 신석기문명이 발생했고 식석기 시대에는 인류가 농경 기술을 습득하여 정착 농경문화를 발전시켜 나간다. 인류가 한 곳에 정착을 하여 농경생활을 하게 되면서 자연적으로 관계시설이 발달하게 되고 치수(治水)를 위한 관리 시스템을 필연적으로 요구하게 되었다. 이 관리 시스템이 바로 국가의 초기형태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국가의 탄생은 생산성의 비약적 증대를 의미하면서 인류 문명이 자연을 약탈하기 시간한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국가의 탄생으로 사회조직 즉 계급이 발생하고 노동의 착취, 부의 집중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10000BC]에 등장하는 인류의 모습은 이런 인류학 연구 성과에 비춰봤을 때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을 상당히 발견할 수 있다. 이 시대의 가장 정교한 도구는 세석기인데 영화 속에서는 창검이 등장한다. 이는 아주 심각한 오류라고 할 수 있다. 창검은 청동기시대 국가의 탄생과 시기적으로 일치하는데 영화 속의 피라미드와 노예들 또한 청동기 시대에나 볼 수 있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창검, 거석, 노예의 공통점은 바로 지배계급의 생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문명은 신석기 시대에는 불가능했다. 신석기 시대를 대략 기원전 5000년이라고 잡고 청동기 시대의 시작은 대략 기원전 2500년으로 잡으면 영화의 세부묘사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10000BC]의 전반부에 주로 등장하는 부족의 모습이 그 시대 인류의 모습과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여러 장면들은 BC.2000년 즈음의 인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러니 [10000BC]는 BC.10000년부터 BC.2000년까지의 인류의 역사를 두 시간 영상으로 압축해 놓은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두 시간 정도의 영화에 그만큼의 역사를 정리해 넣은 발상이 참 대담하다 싶기도 하지만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만날 수 있게 해 준 것만으로도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시대와 맞지 않은 점을 찾아내면서 영화를 보면 교육적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겠다. 앞에서 언급한 거석, 창검, 노예말고도 그릇, 언어, 의복, 동물, 신격(神格) 등 시대를 알 수 있는 소재들에 대해서도 지적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