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 500년경 그리스 도시국가의 성장
인류 문명의 주무대가 이집트에서 페르시아로, 다시 그리스, 마케도니아로 넘어가는 과정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그 이전의 역사에 대해서는 더 연구해 봐야 하겠지만, 역사의 성장과 퇴락은 이질적인 두 문명의 경쟁과 투쟁의 과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그리이스 마케도니아 문명은 페르시아 제국과 투쟁하는 과정에서 성장했고 맞상대가 사라지면 활력을 잃고 퇴락하는 과정을 밟았다. 로마의 성장과 쇄락도 마찬가지 과정을 밟는다. 로마의 맞상대는 초기에 카르카고였다가 후기에는 이슬람 제국이 된다. 그리이스가 바다 건너 맞상대 트로이아와 경쟁하며 성장한 것과 유사한 구도가 역사적으로 반복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서양사의 대부분은 동서 분쟁사 즉 지중해 흑해를 사이에 둔 두 세계의 갈등과 투쟁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페르시아는 주변 지역을 정복해 나가 결국 에게해에 이르게 된다. 에게해를 사이에 두고 그리스와 마주한 이오니아 지역(지금의 터키)은 그리스인들이 개척한 지역이라 필연적으로 페르시아와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페르시아는 이오니아 지역의 반란을 그리스 본토의 사주라고 보는 게 당연하고 동서양이 맞붙어 싸우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페르시아의 침략에 맞선 그리스 도시국가들의 항전은 실로 눈물겨운 것이었다. 그리스 도시국가에 비해 페르시아는 실로 엄청난 대국이었던 것이다. 역사학자라면 당연히 사자에 맞서는 고양이 격인 그리스가 어떻게 페르시아 대군을 물리칠 수 있었는지 문제를 풀고 싶은 욕망을 가질 것이다. 그만큼 페르시아전쟁 은 드라마틱 사건이었고 이 사건으로 인해 서구사회의 오만한 오리탈리즘이 싹텄다고 볼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가 꽤 많다. 고대 페르시아 제국을 주무대로 한 작품은 알려진 게 별로 없어 아쉽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출간된 만화 <페르세폴리스>는 청소년들이 고대 페르시아 제국과 만날 수 있는 좋은 작품이지만 널리 알려진 영화로는 희랍세계의 관점으로 그린 페르시아 전쟁 영화 [300]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슬람 지역 밖에 사는 사람들은 진정한 페르시아의 모습을 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대부분의 영화가 서구에서 본, 서양 중심 사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이런 작품들이 주로 많이 알려졌다. 대표적인 작품을 배경으로 역사적 사건의 시대 순으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호머의 <일리아드 오디세이>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트로이>가 있고 그리스 도시국가 연합과 페르시아 사이의 전쟁을 배경으로 한 <300>,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방 원정기를 영화화한 <알렉산더>가 비교적 최근작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 작품은 하나 같이 서구의 우월감을 형상화한 것으로 역사 현장을 들여다보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할 수 있다. 한니발의 원정을 영화화한 대작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것은 아쉽다. 어느 모로 보나 포에니 전쟁은 스펙타클한 볼거리를 많이 담을 수 있는데 영화화되지 않은 것은 서구인의 우월감에 상처를 줄 가능성이 있는 스토리 때문이 아닌가 싶다. 로마의 흥망사를 다룬 영화는 셀 수 없이 많다. 드라마로 만든 시리즈물 <ROME>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고 로마제국 주변사로 노예 해방 투쟁을 그린 <스파르타쿠스>, 5현제시대 말기 로마의 몰락을 그린 <글래디에이터>, 이집트와의 관계사를 잘 보여주는 <클레오파트라>는 크게 주목을 받았던 대작들이다. 예수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더욱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