論說

거꾸로 가는 교육, 일제고사

체거봐라 2008. 9. 6. 15:46

거꾸로 가는 교육, 일제고사

  1997년에 폐지되었다가 10여 년 만에 부활한 전국일제고사가 공교육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지난 3월에 치러진 전국 단위 초․중학교 진단평가 때에는 학교 간 성적 비교 자료까지 공개되어 학교 서열화를 부추겼는데 10월에 있을 학업성취도평가는 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걱정이 앞선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찾아내기 위한 진단평가 결과를 놓고도 줄세우기가 횡행했는데 성취도평가가 불러올 극심한 경쟁은 끔찍하기까지 하다.

  경쟁을 통해 우리 공교육을 발전시키자는 발상은 어디에서 비롯했을까? 대통령 비서관이나 교과부 장관의 이력을 살펴보면, 이들의 거개가 미국에서 배웠으며 교육을 경제 논리로 접근하고 엘리트주의를 깊이 신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이 기획한 것으로 보이는 국가 수준의 일제고사 정책은 미국 부시 정부가 만든 낙오학생방지법(NCLB)에 의한 국가표준시험제(NAEP)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NCLB법은 2002년 제정된 이후 지속적으로 논란거리가 되고 있으며 지금은 미국 교사의 절대다수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최근 한 설문조사(뉴욕 Public Agenda)에서 교장과 장학관의 절반 이상이 이 제도가 공교육을 위협하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NCLB법이 제정되고 미연방정부의 교육비 지원이 36% 증액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집중 지원 대상 학교(Title Ⅰ)의 교육 여건 개선에는 턱없이 모자라며 계층 간 교육 격차를 완화시키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없었다고 한다.

  종주국에서도 그 실효성을 의심받는 제도를 그대로 베껴와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저들의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30%를 넘고 계층 간 교육 격차가 격심하여 낙오자가 양산되는 심각한 사회상황 때문에 만든 미국의 제도를, 세계 최상위의 학업성취도 수준에 문맹률은 제로에 가까우며 교육에 대한 열정이 비정상적이다 싶게 강한 우리나라에 도입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기초학력을 책임지기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는커녕 오히려 소수 기득권에게 예산을 몰아주는 정책을 쏟아놓고 있으니 저들은 미국의 제도를 제대로 이해도 하지 못한 게 분명하다.

 

인천교사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