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중학교 극사실주의적 묘사 - 클래스
학교 이야기이니 가르치는 걸 업으로 하는 이들은 이 영화를 끝까지 보아낼 수도 있겠지만 왠만한 끈기가 아니면 어른들도 끝까지 보아내기도 어려운 작품이다. 학생들에게 권하기에는 좀 무리이다 싶다. 내 짐작으로는 그랬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중학생인 큰놈이 끝까지 다 보아낸다. 중간에 자야겠다며 씻으러 욕실엘 다녀오긴 했지만 다시 거실에 주저앉는 걸 보니 영 재미없는 건 아닌 모양이다. 그참, 묘한 영화다. 교실과 회의실, 건물 사이의 좁은 뜰이 끝날 때까지 내내 보여주는 장면의 전부이다. 관객은 수업 장면과 회의 장면, 간혹 건물 사이 공간에 학생들이 흩어져 있는 지루한 장면만 봐야 한다. 상상만 해도 지루하지 않은가. 실제 우리 학교의 일상은 이처럼 지루하기 그지없지 않은가. 그러니 극사실적이다. 큰놈은 다니고 있는 학교의 치부를 들추어내는 듯해서 쾌감을 느꼈나보다. 큰놈의 감상문을 읽어보니 그런 모양이다. 학교의 부끄러운 모습을 유지시키는 일을 맡고 있는 내가 참 부끄러워진다. 여러 모로 불편한 영화이다.
프랑스 중학교의 실제 장면을 꾸밈 없이 보여 주는 영화라는 점에서 자료적 가치가 크다고 본다. 자료를 들춰 보는 일은 고된 노동일 뿐이다. 재미 있을 수가 없다. 그런데 이 영화는 묘한 재미(?)가 있다. 이 땅의 선생님들에게 정말이지 중요한 자료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 대한 논평을 찾아보면 한결같이 프랑스 공교육의 붕괴를 운운한다. 이 때 '붕괴'라 함은 '질서정연함'의 반대 의미로 사용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난 이 영화에서 프랑스의 자국 공교육에 대한 자부심을 읽었다. 세계 어느 나라가 프랑스와 같은 역사적 배경 속에서 이만큼의 공교육을 일구어 낼 수 있겠는가. [클래스]는 제국주의 종주국으로서 이민족을 지배한 적이 있던 나라가 과거에 지배했던 식민지의 인민을 자국 구성원으로 받아들어 공교육으로 흡수해낸 프랑스 문화의 선진성을 잘 보여준다.
우리는 어떤가. 아직도 순혈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반(半)봉건 사회의 구성원들이 평등의 가치를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해 걸핏하면 복종과 질서를 강요하며 우린 살고 있지 않은가. 온갓 인종이 뒤섞여 있으면서도 편견과 멸시를 용납하지 않는 공평한 인간관계(교육은 인간관계이다)를 감당해 내는 프랑스 교사들의 모습은 우리를 아프게 반성하게 만든다. 프랑스는 과거에 아프리카 북부를 지배한 적이 있다. 중3 프랑스어(국어)를 담당하고 있는 주인공 교사는 과거에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말리에서 온 학생, 모로코 출신, 중국 이민자 자녀 등 사연과 처지가 너무나 다양한 아이들이 뒤섞여 있는 학급에서 고군분투한다. 교사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인종적 편견, 계급적 오만, 문화적 격차를 드러내지나 않나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아이들의 유별난 자존심에 의해 수시로 검열을 받는다. 교사는 말 한 마디 잘 못 하여 인권을 침해할 경우 호된 징계를 각오해야 한다. 그러니 아이들이 선생님을 골려 먹기 얼마나 좋은가. 우리나라같으면 '선생한테 대든 형편 없는 놈'으로 낙인 찍혀 학생만 피곤해질 텐데, 프랑스는 그야말로 선생이 엄청 피곤한 나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