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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한다는 것은 아비를 부정하는 것인가? - 박완서 [배반의 여름]
체거봐라
2011. 3. 28. 18:46
성장한다는 것은 자신을 낳은 아비를 부정하는 것일까요. 이 세상의 모든 아들은 성장하면서 모두 아비를 부정하게 되는 걸까요. 크고 강하게만 보이던 아비가 실상은 보잘것없고 초라하기만 하다는 걸 알게 되면 어른이 된 것일까요. 성장한다는 것이 이렇듯 아비한테 배신을 당하는 것이라면 아비 노릇은 어찌 하여야 하는 것일까요. 어른이 되는 것이 마음 속의 아비를 죽이는 일일 뿐이라면 산다는 게 참 허무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산다는 건 자신과 닮은 분신을 기르는 것일진데 자식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이 운명인 삶이란 얼마나 가련한지요. 우린 성장하기 위해 아비를 부정해야 하지만 나중에는 분신으로 기른 자식에게 죽임을 당할 운명이라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