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운 절제란 무엇인가 - [최은옥] 방귀 스티커
제9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수상작. 학교 교실에서 방귀를 뀌었다가 엄청나게 창피를 당한 아이의 이야기. 제일 좋아하는 예쁜 여학생이 몰래 뀐 방귀의 범인으로 몰려 학교 가기 너무너무 싫어졌는데, 선생님이 급우들을 방귀 트는 사이로 만들기 위해 방귀 스티커를 만들고 나서 스스럼없이 방귀를 뿡뿡 뀔 수 있게 된 편한 학급 이야기.
방귀 때문에 창피했던 경험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집에서는 거리낌 없이 방귀를 뿡뿡 뀌다가 유치원에 가면서부터는 방귀를 뀌어도 되는 곳과 절대로 뀌어서는 안 되는 곳을 구분하기 시작합니다. 이걸 잘 구분하지 못하면 엄청 창피한 일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똥을 싸본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이 이야기에 너무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동화를 읽고 나서 비로소 초등학교 1학년 3반 때 소풍 갔다가 똥 싼 이야기를 꺼내 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의 이런 경험과 공감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바로 이런 경험이 저를 감성이 풍부한 착한 사람을 만든다고 확신합니다.
동화 읽기는 바로 공감하기 활동입니다. 공감하고 나면 내 얘기도 털어 놓을 수 있으니 자아 정체감 형성에도 참 좋습니다. [방귀 스티커]는 그래서 너무 훌륭한 작품입니다. 공감대가 아주 넓거든요. 이 작품은 유치원생부터 할아버지까지 함께 읽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생리적 욕구를 참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안성맞춤인 작품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절제를 내면화하지 못합니다. 욕구가 너무 강해서이기도 하지만 외부에서 강제된 규율에 의해 절제를 배워온 탓도 있습니다. 절제가 외부에서 강제될 때에는 잘 내면화되지 않을뿐더러 자칫하면 눈속임의 유혹에 빠질 수 있으니 참 안 좋습니다. 그래서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절제를 배우는 방법을 잘 연구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절제력의 내면화를 이야기 하기에 아주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을 읽은 학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말도 안 된다'일 겁니다. 어떤 방법을 써도 초등학교 여학생이 교실에서 방귀를 뀌게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요.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의 이야기 설정은 좀 현실감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생리적 욕구를 참지 않는 게 좋은 건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생리적 욕구를 충족시켜 느끼는 만족감보다 그 욕구를 참아 넘겼을 때 느끼게 되는 보람이 휠씬 깊고 귀한 정서라는 걸 공감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 작품이 그러기에 적절한지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이 절제는 진정으로 남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어야지 위선적일 때에는 오히려 추해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욕망을 다스리는 절제력을 기르는 일이 무엇보다 먼저라는 걸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터득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절제력이 타인을 배려한 선량한 마음에서 나온 것인지 자신을 치장하려는 이기심에서 나온 것인지 분간을 좀 못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