論說

새로운 교육감이 만들어 갈 인천교육

체거봐라 2014. 8. 13. 09:52

새로운 교육감이 만들어 갈 인천교육

 

 

6.4 지방 선거에서 민주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된 결과에 어떤 민의(民意)가 반영되었는지 지금 말하기는 좀 이른 것 같기는 하다. 지방자치 선거 결과가 묘한 비율로 나와 여야 모두 승리로 평가하기 어렵게 된 것에 비해 교육자치 선거에서는 경북 대구 울산 대전을 빼고 13개 시도 교육감 후보가 모두 민주 진보 교육감으로 당선되었다. 국민이 현 정부 교육 정책에 사망 선고를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결과가 나오자 보수적인 교육단체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었다며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는데 후안무치한 행태에 논평을 하는 것도 부질없어 보인다. 학교운영위원 간선제가 학부모, 교사의 줄서기를 강요한다고 비판할 때는 언제이고 교육감을 임명하도록 하면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된다는 말인가. 반론할 가치도 없어 보인다. 이번 교육 자치 선거 결과에 어떤 민의가 함축되어 있는지 겸허하게 살피자. 기성세대가 경쟁의 고통을 자식 세대에 전가하고 있는 건 아닌지 회의하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더 이상 안 된다, 가만있지 않겠다고 나선 게 아닌가. 수많은 아이들이 수장되는 걸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어른들의 뼈아픈 반성이리라.

 

비리 척결이 우선이다

 

물 밖에 있는 우리 또한 숨 막혀 죽을 지경이다. 이권에 눈이 먼 자들이 우리 교육을 좌초시켜 버렸다. 저들이 수십 년 비리로 찌들도록 우린 얼마나 가련했던가. 초대 교육감부터 현 교육감까지 수십 년 인천의 교육감은 소위 관피아 집단에서 배출되었다. 4,5대 유병세 교육감 임기에 나근형 씨는 교육장을 두 번 역임했으며 18년간 교육청에서 일한 분이다. 주민직선으로 교육감에 당선될 때 유병세 교육감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 적도 있다. 그 분은 6,7,8대 내리 교육감을 역임했다. 좀 단순화해서 말한다면 지난 수십 년 동안 인천 교육 수장은 바뀐 적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고여 있는 물은 썩는다는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비리가 만연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 교육을 좌지우지할 지도자가 바른 교육철학을 세우고 좋은 교육정책을 내기 위기 끊임없이 연구하고 땀 흘려 일할 구조가 아니다. 윗분에 선을 대기 위해 술자리를 찾아다니고 잘 보이려고 수완을 부릴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풍토에서 어떻게 학생과 학부모가 행복한 교육 기반이 형성될 수 있겠는가. 새 교육감은 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비리 근절을 제 1 과제로 삼아야 한다. 약속한 시민감사관제, 민관협치가 형식에 그치지 말고 인적 쇄신의 실마리가 되길 바란다.

 

경쟁 교육 혁파하라

 

작금의 우리 교육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인성(人性)을 파괴하고 있다. 학력 경쟁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말로는 인성교육을 강조하지만 시험 점수 경쟁을 부추기면서 인성교육을 하라는 게 앞뒤가 안 맞는 걸 누구나 다 안다. 다 알면서도 어쩔 도리가 없어 속만 탄다. 학부모는 아이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할 때부터 일종의 정신 착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내 아이가 경쟁에서 이기길 바라면서 아이의 이기적인 모습을 보면 걱정이 된다. 경쟁에서 이겨 성취감을 맞보도록 길들여진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이 될지, 그 어른들이 모여 만드는 사회는 얼마나 삭막할지 뻔하지 않은가. 물론 근본 원인은 승자독식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적 모순 때문이다. 교육은 종속변수라 교육 개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게 구조의 문제라고 남 탓 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 교육이 그 모순을 더 부추기고 있다는 걸 부인할 수도 없다. 모든 문제를 구조의 문제로 환원시키지 말자. 근본적인 모순을 덮어 놓고 누구나 열심히만 하면 다 잘할 수 있다고 거짓말 하지도 말자. 적어도 구조의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경쟁 교육을 혁파하는 일은 우리 교육자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학부모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학교 간 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로 고교선택제가 도입되고 자립형사립고가 설립되었지만 그 폐해가 너무 심각하다. 새로 교육감이 된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고 표명했다는 소식은 무척 고무적이다. 자사고를 설립하고 고교 선택제를 도입해서 학교가 다양해지기는커녕 시험 점수 순으로 학교가 서열화 되면서 초등학교까지 입시 학원으로 전락해버렸으니 고교 다양화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음이 증명된 것이다. 더 나아가 고입 배정 방식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일제고사 성적과 명문대 입학 성적이 학부모의 학교 선호도를 거의 결정해버는 상황에서 17개교까지 선지원을 하게 되니 일반계 고등학교는 성적순으로 서열화 될 수밖에 없다. 교육청의 진로 진학 담당관이 수시로 학교 관리자들을 불러 놓고 학교 간 성적 비교 자료를 보여주며 망신을 주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니 공부 못하는 학생은 학교의 상품 가치를 깎아먹는다고 눈총을 받게 되고 나중에는 학업 중단의 위기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성적 높은 학교에는 시혜를 베풀듯 예산을 내려 보내어 살벌한 경쟁을 조장하면서 이렇게 비인간화된 학교 분위를 못 견디어 중도 탈락하는 학생을 위한 예산을 또 들이고 있으니 이런 자가당착이 또 어디 있겠는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고교 선지원 후추첨제 폐지와 배정 방식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 일제고사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 학업 성취도 수준 미달 학생과 부적응 학업 중단 학생을 진심으로 위하는 교육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혁신학교가 미래다

 

고교 서열화의 원인 중 하나인 고교 선지원 후추첨제를 폐지한다고 균등한 교육 기회가 보장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근거리 배정을 원칙으로 평준화를 추진해도 원도심과 신도심의 교육 격차 해소는 여전히 숙제로 남을 것이다. 새 교육감들이 교육 격차 해소를 중점 공약으로 제시한 것에 대해 국민들의 기대하는 바가 크다. 혁신학교 성공 사례가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전 교육자치 선거에서 무상급식이 국민들의 가슴을 울렸다면 이번 선거에서는 단연 혁신학교 공약이 제일 큰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낙후된 원도심의 혁신학교가 인기를 끌어 너도 나도 이사를 가려고 한다니 이 얼마나 감동적이 이야기인가. 혁신학교가 거점이 되어 행복한 마을 공동체가 형성될 수도 있다고 한다. 교육이 세태 변화를 뒤좇아 가는 종속변수에 불과하다고 자조하던 교육자들에게는 그야말로 행복한 꿈을 꾸게 만드는 소식이다. 제과 제빵, 목공예, 도예 등 배우고 싶은 과정이 여럿 개설되어 있는 특성화 혁신학교가 세워지고 학생이 원하면 누구나 그 학교로 옮겨가 배우고 싶은 걸 골라 배우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이 일은 교육감이 혁신학교를 지정하고 예산을 투입하는 것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학교 구성원의 자발적 실천 의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학생과 어울려 행복하고, 마을 이웃과 더불어 지내며, 지역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선생님이 나서야 한다. 그런 선생님과 두루 소통하는 교육감만이 이 일을 성공시킬 수 있다.

 

대학이 학벌사회를 재생산하고 있는 마당에서 초중등교육을 정상화하는 일은 지난하다. 명문대 진학 성적으로 일반계고가 서열화 되고 특성화고 지원자가 크게 줄어드는 원인이 학벌사회 풍조와 학력간 임금 격차에 있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안다. 교육감 당선자들이 공통되게 말하는 국공립대 통폐합은 학벌사회 풍조를 바꾸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서울대를 폐지하고 학력간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일은 중앙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재계도 불평등한 경제 구조가 성장 잠재력을 잠식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으니 한국 사회는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지 않으면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자리 잡아 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 교육감 선거 결과는 이런 민심을 반영한 것이다. 죽어가는 교육을 살리기 위한 교육계의 노력이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중병을 치료하는 데 앞장서서 기여할 수 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중차대한 일을 짊어지게 된 것이다. 고난의 길이지만 참으로 막중한 소임이다.

 

2014년 7월 [리뷰인천]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