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축벽화(築壁花)

체거봐라 2015. 4. 8. 16:05

 



축벽화(築壁花)

 

겨우내 무정한 벽체였는데

한기(寒氣) 틈을 비집고 꽃을 피웠구나.

면벽하듯 지난(至難)할 줄 알았는데

어느 틈에 저리 천진난만할까.

 

삶이 그런 게 아니냐고

온 몸으로 막아선 고절(孤節)이려니 했는데

건듯 부는 춘풍에 어찌 저리 간살맞은가

그럴 틈이 없는데.

 

무람한 날 보고 아기처럼 웃는다.

저 순정한 웃음에 무슨 뜻을 두겠는가만

무릇 모든 꽃은

틈 사이 즈음에 피는 게 정한 이치이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