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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년을 시작하는 아이들 왕따 스트레스 - 이문영 청소년소설 <3월의 법칙>

체거봐라 2017. 2. 4. 11:57

새 학년을 시작하는 아이들 왕따 스트레스 - 이문영 청소년소설 <3월의 법칙>

 

 

 

곧 새 학년이 시작됩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담임 선생님도 바뀌고 급우들도 다 바뀝니다. 애들 마음이 어떨까요. 기대감으로 마음이 설렐까요.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떨어질 수도 있고 자칫하면 급식 시간에 혼자 밥 먹을 수도 있습니다. 스트레스지요. 요즘 학생들은 이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습니다. 부모님들은 요즘 학생들의 이런 고민이 잘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어른들이 자랄 때보다 훨씬 경쟁이 심해졌으니 인간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닙니다. 교사로서 새 학기를 맞이해 담임을 맡을 때 가장 신경 쓰이는 게 이 문제입니다.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밥 먹으러 갈 때도 혼자 가는 친구를 보면 바짝 긴장하게 됩니다. 어떻게든 어울리는 또래를 엮어주고 싶은데 함부로 간섭할 수도 없습니다. 상처를 덧낼 수 있거든요. 공부해야 합니다. 성적 올리기 위한 교과서 공부보다 이 공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남보다 더 적게 자고 더 많이 공부하려는 경쟁이 아이들의 심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너무 걱정스럽습니다. 우리 도시에서는 중학교를 졸업하는 학생이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희망 학교를 선택하여 지원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공부를 못 하면 전혀 원하지 않는, 집에서 먼 학교에 배정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공부 때문에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할 것이며 친구 관계는 또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가면서 집 근처 학교에 다닐 수 있으면 어릴 때부터 어울려 지내던 친구들과 헤어지지 않아도 됩니다. 공부 못해서 집에서 먼 학교로 밀려 배정되면 아는 친구도 하나 없고 낯설기만 한 학교생활이 얼마나 힘들까요. 그러니 고등학교 신입생 3월은 너무나 끔찍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얼마나 마음에 상처를 입는지 3월 입학 첫날 교실을 들여다 봅시다.

 

안녕!”

최대한 발랄하게 인사를 날렸는데 선예는 슬쩍 눈인사만 보낸다. 같은 중학교 출신으로 한 반이 된 두 명 중에 그나마 안면이 있는 축이다. 선예 옆에 앉아 있는 아이들은 선예와 한 패거리인 모양이다. 둘인가, 아니 셋인가? 우리 중학교 출신은 아니니까 아마도 초등학교 시절부터 아는 친구들인 모양이다. 저렇게 눈인사만 보내는 것은 그냥 체면치레만 하겠다는 의미다. 같은 패거리로 끼어들 생각은 하지 마라, 라는 뜻이다. 그래, 아직 날은 창창하고 아이들은 많다. 나라고 해서 굳이 네가 필요한 건 아니란다.

아무 것도 아닌 척하면서 반을 한 번 둘러보기 위해 머리를 쓸어올리는 시늉을 해본다.

아얏!”

신경 딴 데 쓰다가 새끼손가락으로 눈을 찌르고 말았다. 우앙, 쪽팔려! 모두 나를 쳐다보는데 누구 하나 걱정해주는 인간이 없다. 선예는 킥킥 웃기까지 했다. 아주 첫인상부터 제대로 구겼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 자리가 반절이나 비어 있다는 것? 아침 자습시간까지 15분이나 남았다. 눈 찔린 김에 얼굴을 덮은 손가락 사이로 교실을 스캔한다.

동창이 보이지 않았으니 어디에 앉을지 궁리를 좀 해야 했다. 이미 친한 티를 내는 아이들 옆에 앉아서 슬쩍 끼어들 것인지, 아니면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한 아이들 사이에 앉아서 내 편을 만들 것인지 결정을 내릴 때였다. 아무래도 벌써 자리를 잡은 아이들 사이에서 끼어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옆자리가 빈 책상에 가방을 올렸다. 동창이 들어오다가 내 얼굴쯤은 기억하고 옆자리에 앉아주면 좋겠다. 음식점마다 붙어 있는 것처럼, 내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할 터이니.

아직 이름을 모르는 동창은 십여 분 뒤에서야, 이제는 맨 앞자리 말고는 거의 빈자리가 남지 않았을 때서야 느릿느릿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복장이다. 당장 눈에 들어오는 무릎을 덮는 촌스러운 치마. 거기에 손등까지 내려온 소매 단.

설날에 한복 대신 입어도 되겠군.”

너무 한심한 복장이라 나도 모르게 비웃는 말이 입에서 튀어나가 버렸다. 작게 중얼거렸다고 생각했는데, 주제에 귀는 밝은지 얼굴색이 싹 변하면서 나를 야리고 지나갔다. 동창이고 나발이고 이제 저것하고 친하게 지내긴 틀렸다. 하지만 그런 범생이 복장으로 누구랑 친구는 하겠니, 라고 생각한 순간,

영미야, 여기.”

한 아이가 손을 들며 범생이 동창을 불렀다. 영미도 히죽 웃으며 손을 들었다.

주연아!”

쪼르르 달려가 그 아이 옆자리에 털썩 앉아 버렸다. 주연이라 불린 아이는 재빨리 자기 패거리들을 영미에게 소개해주었다. 망했다. 이제 저 그룹에 낑기는 건 다 틀렸다.

 

혜정이는 고등학교 등교 첫날 짝이 될 친구를 찾느라 마음이 분주합니다. 중학교 때 베프’(베스트 프랜드)가 한 반에 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다못해 같은 중학교 출신이라도 좋으니 짝으로 앉았으면 좋겠는데 중학 동창은커녕 같은 어린이집 출신과도 맺어지질 못합니다. 다른 애들은 첫날부터 그룹을 형성하고 짝패를 짓느라 분주한데 혜정이는 알만한 애한테도 배척을 당합니다. 짝이라도 잘 만나 그룹에 들고 싶은데 최악의 상황이 벌어집니다. ‘아싸’(아웃사이더) ‘오희정과 짝이 되어 버렸습니다. 3월의 법칙에 따라 구제불능의 루저(패배자)가 되고 말까봐 끔찍합니다. 3월 안에 친구를 만들지 못하면 흡혈귀를 만난다는데 같이 집에 갈 친구가 없어 교실에서 머뭇거리다 아싸와 단 둘이 남게 됩니다. ‘오희정이 바로 흡혈귀?

 

시험 점수로 좋은 학교를 가려내고 학교가 서열화 되면 아이들 마음에 병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여럿이 어울려 재미있게 하는 공부가 아니라 관계에 담을 쌓고 혼자 틀어박혀야 하는 공부 때문에 흡혈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흡혈귀에 빗대는 작품 이야기가 좀 끔찍하긴 하지만 이게 현실입니다. 또래들과 어울려지내다 보면 성적을 까먹게 되니 스스로 흡혈귀가 되지 않으면 나중에 인생 낙오자가 될 수 있는 게 우리 현실임을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흡혈귀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허풍으로 들리지 않습니다.

 

서로 협력하면서 공부도 더 잘 되고 관계도 돈독해질 수는 없을까요. 우선 성적 경쟁 때문에 인간 관계가 왜곡되는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을 나눠 봅시다. 공부를 잘 하려면 흡혈귀가 되어야만 하는지, 진짜 공부를 잘 하려면 공부가 재미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소통하고 협력해야 하는 게 아닌지, 얘기를 나눠 보고 싶습니다. 입시에 직면하게 될 고등학생이 되면서 학생들이 겪는 인간 관계 스트레스에 대해 공감해 보도록 합시다. 그리고 차근차근 진실한 인간관계, 보람 있는 공부가 어떻게 가능한지 얘기해 보도록 합시다. 

 

작품 전문 읽기

http://teen.munjang.or.kr/archives/2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