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전정 (가지치기)
체거봐라
2016. 4. 5. 08:05
전정(剪定)
이른 봄 퇴근길
동네 어귀...
가로수 전정(剪定)
겨우내 견디어온
생때같은 가지를
어찌 저리
무참하게 자르는가.
무럭무럭 자라 뻗으라고
거름 주고 벌레 잡고
공들이지 않았던가.
된서리 맞으며 한겨울을 이겼는데
이리도 무정하게 잘라낼 수 있는가.
머잖아 봄눈 틔울 물오른 생살이 곱지도 않더냐.
이른 봄 퇴근길
동네 어귀 가로변
널부러져 쌓인 잘린 가지를 내려다본다.
저 혼자 뻗대어서야
누구 하나 품을 수 없지 않겠냐고
누구에게든 그늘이 되어야 하지 않겠냐고
너보다 큰 자부심 한 가지 자른다
당신보다 큰 사랑 또 한 가지 자른다
그대보다 큰 그리움마저 자른다
너만큼
당신과 함께
그대와
어머니 치맛자락처럼 드리운
그늘 아래 깃들어 쉴 우리를 위하여.
* 전정(剪定) ; 나무 가지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