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주인공 16세 흑인 소녀가 겪은 일은 실재한 일이 아닐 겁니다.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아!, 그런데 극적 효과를 위해 이런 끔찍한 얘기를 지어낸 건 아닐텐데. 더군다나 아카데미 각색상까지 받았다고 하지 않는가. 이런 터무니 없는 끔찍한 이야기를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인가. 미국이란 나라에서는 이런 일까지 일어난단 말인가. 영화를 끝까지 보아내는 게 고역일 정도로 불쾌하기 그지없는 사연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나는 온실의 화초처럼 살아와 온실 밖에서 일어나는 별별 일들을 접해보지 않아서 이런 사실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내 감성은 어리고 유치한가.
미국의 대안학교 이야기입니다. 선댄스 영화제를 휩쓸었고 아카데미 2개 부문을 수상했으며 팝페라 가수 머라이어캐리가 연기를 했다는 둥, 영화 제작과 관련된 이야기로 제법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야기 내용을 알면 그런 주변 이야기가 대수로울 게 없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만큼 파괴적인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상식이 무참하게 짓이겨지는 느낌을 받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접하는 학교 부적응의 사연은, 저마다 곡절한 사연이 있겠지만, 사실 충격을 받을 만큼 별다른 건 아닙니다. 현장에서 제가 직접 접한 사연들도 대부분 그리 놀라운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대부분 이혼이나 별거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먹고 살자니 밤 늦도록 일을 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자식을 돌볼 시간이 거의 전무한 상태이고, 필연적으로 아이는 수 년 동안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는 그런 사연입니다. 우리나라의 이런 사회 상황이 심각한 상태가 되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는데 [프레셔스]를 통해 들여다 본 미국의 상황은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군요. 미국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걱정은 배부른 소리로 들릴 정도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요즘 공립형 대안학교 문제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공립형대안학교는 부적응 학생을 따로 맡아 가르치는 교육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우리 나라 학부모들에게 대안학교는 진보적 지식인이나 자유주의자 학부모들이 자녀를 보내고 싶어 하는 학교 쯤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비인가 대안학교는 학교의 특성을 유형화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가양각색입니다. 이러니 부적응 학생 또는 중도 탈락 학생을 맡아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 또는 기관을 의미하는 공립형 대안학교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당연합니다. 공립형 대안학교는 보통 '위스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정부의 위기학생 구제를 위한 학생안전통합시스템(We Education Emotion)에서 따온 'Wee School'이입니다. 24시간 상담 기구인 위-센터, 각급 학교에서 운영중인 위-클래스를 거친 마지막 단계가 바로 '위-스쿨'입니다. 본인과 학부모가 희망하고 다니던 학교의 추천을 받으면 다닐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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