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스토리텔링 20

자연으로 돌아가자 - [뷰티플 그린]

물질문명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요즘 널리 퍼지고 있는 캠핑 문화도 이런 흐름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니 자기 인생을 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사유하는 일은 어불성설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왜 사느냐' 하는 철학적 질문은 세상 물정 모르는 철없는 짓으로 놀림감이 되기 십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렇게 살아도 정말 괜찮은가' 하는 회의(懷疑)가 일상이 된 셈입니다. 주말에라도 도시를 떠나 자연 속으로 가고 싶은 마음들이 이런 캠핑 문화를 만들고 있는 겁니다. 따지고 보면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지만 그 근처에라도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들이 점점 커지고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가의 캠핑 장비를 사들여 도시의 생활을 그대..

영화로 공부하는 철학 - 언어철학 [대학살의 신]

소쉬르의 랑그(Langue)와 파롤(Parole) 후반전이 한 십분 정도밖에 안 남았다. 점수는 뒤지고 있지만 아직 승부가 결정 난 건 아니다. 감독은 벤치에 앉아 있긴 하지만 표정이 심각하다. 우리 팀이 질 것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코치는 사이드라인을 따라 오락가락하면서 분주하다. 나는 땀이 범벅이 되었지만 크게 힘든 줄도 모르겠다. 겉으로는 눈을 부릅뜨고 경기에 몰입해 있지만 속으로는 희죽거리고 있다. 코치가 낌새를 챘는지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를 지른다. “야, 센타, 레프트 레프트.” ‘아하!’ 그제서야 눈치를 챈 건가? 내가 좀 딴 데 신경이 가 있었구나! 나는 얼른 패스한다. 슛, 아깝다. 또 노골(no goal)이다. 공수전환, 시선이 또 오른쪽 사이드라인 관중석 세 번 째 줄 ‘지민’이한테로..

영화로 공부하는 철학 - 자각(自覺) [사랑의 기적]

체제에 길들여져 주체성을 잃으면, 즉 소외되면 어떨까요? 보통 소외되는 것을 따당하는 것으로 단순하게 생각하면 많이 불쾌하겠지요. 그런데 철학 개념 ‘소외’라는 건 제 스스로 어떤 문화에 익숙해지는 것이라 따당하는 것처럼 불편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익숙하게 습관화되는 게 편한 거 아닐까요. 소외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행위에 대해 반성하면서 실존(實存)으로 거듭나기 위해 각성한다는 건 너무 고통스러운 일일 것 같아 두렵기까지 합니다. 그냥 편하게 큰 흐름에 섞여 함께 어울려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소외된 자신을 직시(直視)하면서 자기 존재의 허상(虛像)을 자각하게 되면 다시는 그런 상태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답니다. 소크라테스가 아무리 굶주림에 시달린다 한들 배부른 돼지가 되고 싶..

영화로 공부하는 철학 - 인간 존재의 본질 , 영화 [매트릭스]

존재가 인식을 규정하느냐, 아니면 인식이 존재를 규정하느냐 하는 문제는 철학의 근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철학적 담론(談論)은 이 물음에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 물음은 무척 어렵고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어 웬만큼 공부하지 않고는 말을 섞기는커녕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조차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철학적 고민은 어려운 말을 쓰지 않고서도 가능합니다. 너무 어려운 말을 써서 어렵다고 오해하게 된 것이지 원래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는 겁니다. 이렇게 얘기를 풀어 보는 건 어떨까요. 요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잘한다고 칭찬하고 부추기면 실제로 잘하게 된다는 의미이지요. 이런 말을 들으면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착한 사람이라서 착하다고 칭찬을 받..

영화로 공부하는 철학 - 소외 [트루먼 쇼]

내가 그토록 믿어왔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나를 속이면 어떨까요. 배신감 때문에 잠을 못 이룰 만큼 마음에 상처를 받겠지요. ‘어떻게 이럴 수 있나, 그 인간이 나한테 이럴 수 있는가’ 거듭거듭 되물으면서 그를 탓하겠지요. 그런데 이게 다 저 때문이랍니다. 그의 행동이 왜 잘못된 건지, 그의 행동이 그 사람 본심에서 나온 건지, 그의 행동을 내가 사실대로 인지한 건지, 그의 행동을 나는 왜 나쁘게 보는 건지, 이 많은 질문에 대해 제대로 답할 수 있는지 자문(自問)해 보면, ‘내가 왜 그랬을까, 내가 오해한 건 아닌가, 내가 왜 이렇게 삐딱해졌지’ 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시각(視覺)과 인식(認識)에 대해서 되짚어보고 살펴보는 게 철학 인식론입니다. 인식론에다 증명할 수 있는 ..

영화로 공부하는 철학 - 자아 인식 [엑스페리먼트]

내가 어디에 있는가 알려면 주변을 둘러봐야 하잖아요. 그렇게 해서 ‘누구 뒤 또는 누구 위’로 자기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겠죠. 결국 내 존재 자체가 상대적일 수밖에 없지 않나요? 그런데 자기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자꾸 위를 보면 열등감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자기보다 잘난 이와 자신을 비교하는 것을 심리학 용어로 상향비교라고 합니다. 그 반대는 하향비교라고 하지요. 상향비교를 자꾸 하면 열등감에 빠지고 하향비교를 자꾸 하면 우월감에 빠지겠지요. 내가 어떤 사람인가 파악하려면 자동적으로 어떤 가치 척도로 누군가와 비교하게 됩니다. 그 가치 척도가 외모이든 재력(財力)이든 상관없이 결국 서열화시킬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하면 어쩔 수 없이 상향비교를 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런 자기 인식에서 벗어날 수는..

영화로 공부하는 철학 - 긍정심리학 [예스맨]

매사 부정적인 시각으로 봐 버릇 하면 될 일도 안 된다. 긍정적으로 임하면 스트레스도 줄고 주변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도 있으니 일이 잘 될 가능성이 많다. 뭐든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긍정적인 마음 자세에 대한 교훈은 여러 번 들어봤을 것이다. 조엘 오스틴 목사의 [긍정의 힘]이라는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모으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맞아, 매사 부정적이고 남 탓만 하고 있으면 될 일도 안 되지.’ 되뇌면서 반성을 하게 된다. 긍정 마인드를 갖도록 노력해야겠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세상사 마음먹기 달렸다고 옛 성현들도 말하지 않았던가. ‘긍정심리학’ 하면 아들러를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으니 꼭 읽어 보기를 권한다. 아들러 심리학을 쉽게 공감하게 하는 책으로 [미움받을 용기]도 주목을 받았다. 아..

지정의(知情意), 현실(現實) 진실(眞實) 성실(誠實)

사실과 진실은 어떻게 다른가요? 흔히 대하게 되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이 질문을 받으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주저하게 됩니다. 자주 쓰는 말인데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 하고 있지요. 워낙 영어를 열심히들 배우니 fact와 truth로 대비하면 의미가 좀 분명해질까요. 그래도 잘 모르겠지요. 저는 진실과 사실을 지(知)와 정(情)으로 구분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대비하면 훨씬 쉬워질 겁니다. ‘진실성’은 ‘진정성’이라는 말로도 흔히 사용합니다. ‘진정(眞情)’은 ‘참뜻’으로 풀이됩니다. 진(眞)은 [설문해자]라는 한자 자원(字源) 해설집에서 ‘날아오르는 신선’을 의미하는 글자로 풉니다. 저는 그냥 흔히 하는 말로 ‘주님의 뜻’으로 이해할 것을 권합니다. 여기서 ‘주님’은 물론 특정 종교의 신격으로 곡해하지..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은 곧 연애(戀愛)

문학이란 무엇인가? 하고 물으면 뭐라고 답하겠습니까. '文'은 글을 뜻하니 언어로 된 것은 다 문학의 대상이 된다고 해도 되긴 합니다. 그런데 '學'이라고 하니 뭔가 어렵고 거창한 것이겠거니 생각하고 대답하기 꺼려지기도 합니다.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말에 대해 배우는 게 바로 문학입니다. 문자 그대로 살펴보면 별로 어려울 것도 없지만 사실은 동어 반복(했던 말 또 하기)에 지나지 않음을 곧 알게 됩니다. 이런 식의 풀이는 감동, 마음의 꿈틀거림을 불러일으키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문학을 뭐라고 하는 게 좋을까요? 문학을 '연애 공부'라고 하면 어떨까요. '戀愛(연애)', 이 말이 통속적으로 쓰이다 보니 너무 즉물적(그냥 신체적이라고 이해합시다)으로 들리는데 문자를 풀어보면 '연애'는 '문학'이라는 어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