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그 자리에 있었던가. 기억들이 조각조각 찢어지어 파편화되니 듬성듬성 구멍이 나기 시작한다. 이러다가는 큰 줄기마저 다 잊혀지고 말아 나 자신의 존재 자체가 없어지고 말 것이라는 허탈한 심정이 자꾸 내 가련한 생을 들춘다. 1991년, 30여 년 전의 일이니 잊혀질 만도 하지만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픈 상처는 저승에 가도 잊혀질 수 없고 깊은 상처일수록 꽃을 피워내기 마련이니 기억의 파편이 사라지는 것만큼 서러운 일도 없으리라. 전두환 정권을 이은 노태우 집권기였다. 광주 학살로 권력을 잡았던 전두환 대통령이 4.13 호헌 조치로 군부 독재를 지키려 하자 민주화운동은 들불처럼 일어나 결국 직선제 개헌을 쟁취한다. 6월 항쟁으로 직선제를 쟁취하기 이전에는 대통령을 체육관에서 뽑았다. 1960년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