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문명에 대한 회의와 귀촌
원유순 장편 성장소설 [산골 아이 나더덕]
도시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에게서 찾기 어려운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아름다운 이야기로 그려낸 작품은 참 많습니다. 그런 작품을 읽으면 전원생활에 대한 낭만적 꿈을 꾸게 됩니다. 그러나 시골 생활의 현실은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란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런 낭만적 이야기는 그냥 잠시 현실을 잊게 해 주는 청량제일 뿐이라는 허망한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동화를 그냥 예쁜 이야기로 다루지 말자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겁니다. [산골 아이 나더덕]은 그런 통속적인 동화가 아닙니다. 어른이 읽어도 그 의미가 만만치 않아 며칠 이런 저런 생각으로 뒤척이게 만듭니다. 참 고민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아이들과 이 작품을 함께 읽으면 어떤 반응들이 나올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이런 작품 읽히는 걸 꺼리지나 않을지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우리 행복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우리 행복감의 본질은 ‘비교우위’ 아닐까요. 한마디로 응축시켜 말하려니까 비정하게 들리는 경제학 용어를 쓰게 됩니다. 사실 우리 사고의 바탕에는 온통 경제 원리가 지배하고 있는 게 사실이기도 합니다. 자아실현의 기쁨을 누리는 사람은 자신의 성과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요. 솔직하게 말해 남보다 뭔가 좀 더 나은 점을 발견했을 때에야 비로소 행복감을 느끼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기쁨을 감추어 겸손하다는 평까지 들으면 그 즐거움을 배가되겠지만 그런 인격자가 되는 게 쉬운 게 아니지요. 속되게 말해 우리 행복감은 동물들의 생존 욕구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개체를 도태시켜야 하는 정글의 원리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교육 현장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 안에서도, 심지어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도 이런 비정한 이해타산이 깔려있다는 씁쓸한 생각에 많이들 공감하실 겁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참 이기적이라고 볼멘소리를 하기 전에 나는 참으로 어떤 일에서 행복감을 느끼는지 차분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사람들이 왜 저러나 짜증이 나는 것 자체가 시기심이거나 우월감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요. 남탓 할 일이 아닙니다. 저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 다면 나 또한 저들과 다를 게 무엇이란 말입니까.
살아남기 위해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되는 태평한 삶은 불가능한 것일까요. 남보다 우월해지는 걸 추구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닐까요. 명품을 살 필요도 없고 명문대에 자식 보내고 싶은 마음도 없고 직장이 없어도 괜찮은 삶은 정말 형편없는 삶일까요. 너무 환상적인 이야기인 것 같아 입에 올리기 좀 무안하지만 남 눈 의식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구매하는 대부분의 물건들이 다 소용없는 것 아닌가요. 옥수수, 감자 길러서 주곡으로 삼고 텃밭에서 무공해로 채소 길러 건강한 먹거리 장만하고 나무 그늘에서 쉬다가 개울에서 가재 잡고, 그렇게 살면 보람 없는 삶일까요. ‘나더덕’이 아빠랑 들어가 사는 산골 마을에는 이웃이 하나 있는데 부인이 교직 생활을 하다가 암에 걸려 요양 차 들어왔다가 눌러 살게 된 가족이랍니다. ‘더덕’이는 그 이웃집을 학교인 양 홈스쿨링을 하고 있습니다. 웬만한 도서관 부럽지 않을 정도로 잘 가꾸어 놓은 공부방이랍니다. 이곳에서 자란 아이들은 요즘 도시 아이들과 너무 다르겠지요. 솔직히 내 아이가 이런 자연 속에서 착하게 자라 태평하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굴뚝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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