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선녀바위

체거봐라 2015. 12. 26. 18:41

 

선녀바위

 

조개망태 지고 갯바위에 걸터앉아

노을에 물드는 이녁을 바라보다

하늘문 닫히는 줄도 몰랐어요.

하염없이.

 

개펄에 발목 빠지고

하늬에 날던 옷깃 갯내음에 젖도록

벌을 내린 줄도 모르고

푸념도 없이.

 

먼 바다 일렁이며 지는 햇님 만큼

노을에 물드는 이녁의 땀방울이

너무 곱잖아요.

내 남 없이.

 

조개 캐던 손으로 볼을 꼬집는 당신

펄흙 묻은 얼굴이 무에 그리 예쁘냐

토라진 나를 안아주는

당신과 함께라면.

 

치맛자락으로 기어오르는 갯고동,

온갖 삶이 깃든 저 개펄처럼

지금 여기에 당신이 있잖아요.

아무런 언약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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