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Q(감성지수) 높이기

다른 애한테 더 잘하는 엄마 - 조희양 단편 아동소설 「드디어 엄마를 찾았다아」 초4남

체거봐라 2020. 4. 9. 15:23



 

아이가 친구 관계도 어려워하고 학교 다니기를 힘들어 하면 부모는 이 아이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고민을 하면서 어릴 때 아이에게 뭔가 잘못한 게 없을까 뉘우치게 됩니다. 아기 때 잘 돌봐주지 못한 걸 후회합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옛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 때 잘했어야 하는데하면서 가슴 아파합니다. 흘려들었던 옛말이 가슴에 사무칩니다. 선인(先人)들의 누대에 걸친 경    험 축적에서 나온 속담에는 세상 이치를 꿰뚫는 진리가 담겨 있다는 걸 새삼 되새깁니다. 엄마 냄새라는 책이 많이 읽히는 걸 보면 요즘 부모들이 다들 이런 아픔을 갖고 있는 모양입니다. 더 많은 부모들이 이 아픔에 대해 공감하길 바랍니다. 아이의 아픔이 따지고 보면 다 부모의 잘못 때문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으며 후회하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에서 말씀 드립니다. 아기에게 엄마는 세상 전부거든요.

 

옛날에는 아기가 자라면서 늘 엄마가 곁에 붙어 있었고 성숙하여 사회화되는 나이 때에는 아버지가 아이 훈육을 맡는 게 보통이었는데 요즘은 엄마가 너무 어릴 때부터 훈육을 감당하여 아이는 너무 일찍 엄마를 잃게 되고 엄마는 엄마대로 돈벌이, 집안일, 교육 삼중고에 시달립니다. 저는 전통사회의 아이들이 느끼는 기아(棄兒 버림받은 아이) 공포와 요즘 아이들이 겪는 엄마 부재(不在)가 본질적으로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고전이 된 동화가 요즘 아이들에게 잘 공감이 되지 않을 수 있으며 이 시대 아이들의 정서에 맞는 새로운 동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어떻게 엄마를 잃고 아파하는지 그 속마음을 들여다봅시다.

 

주인공 인성이가 시험을 아주 망쳤습니다. 엄마가 난리가 났습니다. 아빠랑 말다툼까지 하더니 결국 직장까지 그만뒀습니다. 이게 웬 떡입니까. 야호!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만날 엄마가 있게 된 겁니다. ‘인성이는 신이 났습니다. 학교 끝나고 짝꿍 환희를 데리고 옵니다. 엄마가 만들어 주는 간식도 먹고 같이 공부를 합니다. 엄마는 환희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따로 읽기 지도까지 합니다. ‘인성이는 은근히 부아가 나기 시작합니다. 얼마 만에 되찾은 엄마인데 엉뚱한 놈한테 엄마를 빼앗기게 생겼습니다. ‘환희도 엄마도 다 싫어졌습니다. 만날 혼자일 때보다 더 외로워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환희는 엄마가 없습니다. 아무도 돌보지 않아 초등학교 4학년인데도 아직 글도 잘 못 읽습니다. 엄마는 환희가 불쌍해서 특별히 돌보고 싶은 모양입니다. ‘환희는 그렇게 보살핌을 받는 게 너무나 행복했나 봅니다. 엄마가 돌아온 느낌이겠지요. ‘환희가 엄마한테 얼마나 잘 배웠는지 학교 글쓰기에서 최고로 뽑혔습니다. ‘환희의 작품이 학교 방송으로 낭독이 되고 학생들이 다 감동 먹었습니다. 나도 미워하는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그동안 미워했던 게 미안했습니다. 나는 참 속 좁은 애인 것 같습니다.

 

엄마가 늘 곁에 붙어서 잔소리를 퍼부어 애들은 참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엄마는 엄마대로 바쁜 중에 틈을 내어 아이 교육을 신경 쓰자니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짜증이 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할 때까지 기다려 주라는데 말이 쉽지 그게 됩니까. 이러니 요즘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엄마를 너무 일찍 잃어버리는 셈입니다. 잃어버린 엄마를 되찾아 너무 기쁜 인성이가 또 엄마를 빼앗길까봐 신경질 내는 건 당연합니다. 불쌍한 친구한테 그럴 거까지 있냐고 얄밉기도 하겠지만 인성이 마음에는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엄마 빈 자리가 너무 커서 친구와 나눌 여유가 없는 겁니다.

 

혼자 독차기 하려고 친구를 밀쳐내는 건 좀 유치한 게 맞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엄마 냄새가 부족해서 늘 마음이 고픕니다. 엄마가 멀리 있어도 엄마 냄새를 맡을 수 없지만 엄마가 너무 바짝 붙어서 다그쳐도 엄마 냄새 맡을 수 없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유아적(唯我的) 상태에서 대자적(對自的) 존재로 성장하지 못합니다. 몸은 어른이 되어도 마음은 아기처럼 옹알거리는 상태로 사는 거지요. 유아적이라는 건 자기만 안다는 겁니다. 엄마로부터 분리되지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엄마 냄새가 늘 부족했으니 그 결핍이 아이를 자라지 못하게 한 겁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인간이 된다는 겁니다. 인간(人間)이라는 말 자체가 타인과의 관계를 전제로 한 존재(대자적 존재)를 의미합니다.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 엄마 냄새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 작품은 그런 성장 과정의 한 부분을 적절한 사건으로 잘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첨성대 안에서 나온 소녀출판사 아평

작가 소개 ; 조희양 - 1965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셨습니다. 200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움직이는 꽃밭으로 당선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