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기도

체거봐라 2009. 6. 30. 15:25

기도

 

 

옥상에서 내려다본

느티나무 머리 위가

솜털처럼 곱구나

 

누구나 기도할 때에는

아기의 손처럼 여리다는 걸

저 키큰 나무가 보여주는구나

 

늘 주름 투성이 손아귀와

위엄을 갖춘 발로

생의 그늘을 드리워

우리를 쉬게 한다고

생각했는데

 

저리 여린 이파리를

소복히 모아

하늘 빛을 모으고 있구나

 

나무가 저렇게

세월을 건너

늘 푸를 수 있는

이유가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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