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여러분은 마음을 분석하여 나눈다는 게 잘 이해가 안 될 거라고 봅니다. 옛날부터 마음을 이루는 요소를 크게 知, 情, 意 셋으로 나눴습니다. 마음이란 게 얼마나 어렵고 복잡하다고 생각을 했는지 마음에 대한 논설들이 무척 많습니다. 모든 학문이 궁극적으로는 사람의 마음에 대한 이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근대에 들어와 인간은 마음 밖의 대상세계에 대해 관심을 더 많이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근대를 과학의 시대라고들 하는 겁니다. 엄밀히 말하면 인간의 마음을 이루는 세 가지 知情意 중에서 知(이성)에 특히 집중하기 시작한 때가 근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대가 이성의 시대라고 할 때 인간의 마음을 이루는 세 요소(知情意) 중 한 부분에 너무 집중하여 마음의 균형을 잃게 된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이성, 감성, 의지이라는 세 가지 면이 잘 조화를 이루어야만 되는데 요즘 세상이 너무 이성만 강조를 하여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고 보는 것입니다.
앞에서 우리는 이성 활동의 결과물인 과학과 감성 활동의 결과물인 예술을 서로 비교하면서 그 질적 차이를 살펴보았습니다. 이성과 감성은 인간의 마음을 이루고 있는 중요한 두 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둘은 마음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의지와 함께 어울리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제 아무리 참신한 아이디어라도 생각으로만 끝나면 한낱 공상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이성적 판단과 감성적 직관이 의지에 의해 뒷받침되어야만 상상한 것이 현실화되어 실재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의지에 의해 뒷받침 되지 않는 이성과 감성으로는 종합적 사고능력도 길러지지 않습니다. 상상이 의지와 잘 어울려야만 사고능력이 길러질 수 있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합시다. 먼저 의지가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살펴보도록 합시다.
'의지'는 意(뜻 의)와 志(뜻 지)가 결합한 말입니다. 둘 다 '뜻'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글자이지요. '뜻'이라는 말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갖고 있는 말이라 설명이 좀 필요합니다. 우선 글자를 분해해 봅시다. 意는 音(소리 음)과 心(마음 심)이 결합한 글자입니다. '마음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좋을 듯 합니다. 志는 之(갈 지)와 마음이 결합한 글자입니다. 이 글자도 비슷한 뜻을 갖고 있습니다. '마음 가는 대로'라는 의미이니까요. 그러니 의지(意志)라는 말은 '마음이 하라는 대로 간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을 '마음이 향하는 일관된 방향'이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또는 '한결같은 마음'이라고 해석해도 되겠지요. 마음이 오락가락하면 의지가 없는 것입니다. 상황이 같으면 판단도 같아야 하고 판단하면 행동이 따라야 합니다. 바로 이런 지행합일의 상태를 '의지가 굳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의지'와 이성, 감성이 서로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 봅시다. 옛날에는 지성과 감성 의지를 마음을 이루는 세 요소로 보고, 바른 인격을 형성하려면 이 세 요소를 잘 연마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뇌에 대한 연구로 인간의 마음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상당한 정도로 진척되었다고 합니다. MRI(자기공명영상장치)로 뇌를 촬영해서 특정 감정 상태에 빠지면 뇌의 어느 부분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찰할 수 있게 되어 인간의 마음을 생화학적으로 분석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런 연구의 결과로 좌뇌가 논리적 분석적 사고 활동과 관련이 있고 우뇌는 감성적 직관력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의지, 즉 일정한 자극 반응 패턴은 뇌간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뇌 과학 이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정확한 논리가 아닐 수는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의 마음을 이루는 요소에 대한 옛 이론들이 뇌의 작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과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이 신경절달 물질 분비 패턴이라는 것은 비교적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감수성이 예민하고 종합적 사고 능력이 있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며 판단한 것에 대해서는 강인한 실천력으로 결국 마음 속에 그린 것을 현실화시켜 내거나 현실을 더 좋게 바꾸어 내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런 사람이 인간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며 생에 활력을 불어넣어 사는 것 같은 행복감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 때문에 행복해진다고 보면 됩니다. 이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뇌가 활성화 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뇌의 각 부위가 골고루 활성화되고 그 활력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공명을 이루면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이제 뇌의 각 부위가 어떻게 하면 활성화되는지 궁금해질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능을 삶의 결정적인 요소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풍조는 앞에서 말했듯이 근대 이후의 이성주의에서 기인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풍조로 인해 과학을 맹신하게 되고 이해타산에 밝은 인간형을 추구하게 된 것입니다. 풍부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감수성이나 본보기가 될 만한 올곧은 실천력은 대수롭잖게 여기거나 성공을 위해 주력하는 데 장애가 되는 정도까지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변에서 지혜로운 사람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기심만으로 가득한 미운 사람들만 가득하게 되었지요. 이기기 위해 다투다 보니 일을 열심히 하고 물질 생산도 많아졌지만 이렇게 사는 것이 우리를 진정 행복하게 만드는 것 같지 않은 회의가 드는 게 당연합니다. 지혜롭지 못하면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나의 주변에 지혜로운 사람이 하나도 없고 오로지 이기심만 가득한 사람 뿐이라면 내가 절대로 행복해질 수가 없는 것입니다.
내가 지혜롭게 생각하고 느끼며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지혜로운 사람들이라 함께 있으면 저절로 행복해지는 삶이 우리가 원하는 살 만한 삶입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먼저 나부터 지혜로와져야 합니다. 내가 지혜로와지려면 많은 지식을 습득해야 할 뿐만 아니라 풍부한 감수성으로 인간과 삶을 꿰뚫어 보는 직관력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올곧은 나의 품성도 꼭 필요합니다. 누구나 믿을 만한 사람에게 진실한 자신을 보여주게 되니까 말입니다. 지식을 축적하기 위해서는 과학을 공부해야 합니다. 감수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예술 활동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의지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생각하고 느낀 만큼 행동으로 옮겨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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