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니바퀴 시계
난 녹슬지 않는다.
늘 먼지를 털고 기름을 칠한다.
지금 몇 시인지는 중요치 않다.
그건 바깥 세계 일이다.
큰 바퀴와 톱니가 엇 맞 춰 돌도록
쉼 없이 부지런하다.
난 한 번도
삐어져 나올 염을 내지 않는다.
그런 건 내 소관이 아니다
난 멈추지 않지만
세월의 바퀴는 어김 없이 돌아
이젠 누구도 톱니를 맞추려 하지 않는다.
멈추지 않은 채로 버림받는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면서
난 이를테면 녹슬 새도 없었던 셈이다.
난 한 번도 앞 날을 가리킨 적이 없다.
그건 내가 알 바가 아니다.
나는 다만 녹슬지 않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