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톱니바퀴 시계

체거봐라 2010. 10. 26. 08:18

 

 

톱니바퀴 시계

 

난 녹슬지 않는다.
늘 먼지를 털고 기름을 칠한다.


지금 몇 시인지는 중요치 않다.
그건 바깥 세계 일이다.


큰 바퀴와 톱니가 엇 맞 춰 돌도록
쉼 없이 부지런하다.

 

난 한 번도
삐어져 나올 염을 내지 않는다.

그런 건 내 소관이 아니다

 

난 멈추지 않지만
세월의 바퀴는 어김 없이 돌아
이젠 누구도 톱니를 맞추려 하지 않는다.

 

멈추지 않은 채로 버림받는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면서 
난 이를테면 녹슬 새도 없었던 셈이다.

 

난 한 번도 앞 날을 가리킨 적이 없다.
그건 내가 알 바가 아니다.


나는 다만 녹슬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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