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읽히는 동화 중에 아이의 분리 불안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꽤 있습니다. 콩쥐 팥쥐, 신데렐라, 헨젤과 그레텔이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모든 동화는 버림받을 수 있다는 공포감과 고난을 극복하여 복을 얻을 수 있다는, 동일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모든 이야기는 이별, 방황, 재회라는 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될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 인생도 그러하지 않습니까. 나고 자라 떠났다가 나중에 되돌아오게 마련이라는 점에서 모든 인생은 본질적으로 같다고도 할 수 있으니까요. 아이가 자라면서 처음 겪는 아픔은 바로 분리 불안일 겁니다. 그러니 아이들 이야기에는 기아(棄兒) 모티프가 많은 것일 겁니다.
동화가 기아 불안을 모티프로 한다면 성장 소설은 자립 동경을 모티프로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처음 타자와 맺은 관계는 당연히 엄마와 아빠와의 관계일 수밖에 없으니 분리 불안과 자립 동경은 엄마와 나 사이에 끼어드는 아빠 또는 형제에 대한 적개심으로 나타나는 게 당연합니다. 이런 갈등의 양상은 분리 불안을 넘어 자립 동경으로 심리적 성장을 해나가는 일반적인 패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주 일반적이고 누구나 다 겪을 수밖에 없는 아픔인데 이 아픈 경험을 어떻게 겪느냐에 따라 이후 심리 상태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으니 이 시기의 정서적 경험은 참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분리 불안을 전혀 겪지 않은 아이는 자립 동경이 제대로 싹트지 않아 유아적 발상을 늦도록 갖고 있을 수 있고, 버림받은 공포가 너무 심각할 경우에는 자칫하면 대인공포증으로까지 심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 간접 경험을 통해 심리적 격동을 조절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소설 읽기는 이런 점에서 심리 치유의 유효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박완서의 [배반의 여름]은 동화로 분류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아이가 크면서 아버지의 권위가 무너지는 경험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유아기를 벗어나면 필연적으로 아버지의 권위와 충돌하는 경험을 하게 마련인데 주인공 아이는 수영을 가르치려는 아버지의 강압을 두려워 하면서 동시에 아버지 권위 이면의 볼품없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이는 자신 받들어 오던 아버지가 실상은 보잘것없는 신분의 하층민이라는 것을 알게 됨면서 실망을 하고 심하게는 배신감마져 느끼게 됩니다. 번쩍이는 단추로 장신되어 있는 제복은 경비원 복장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소설은 아이의 배신감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아이가 자라 학생이 되면서 존경하게 된 유명인이 보잘것없는 경비원 아버지에게 무릎을 꿇은 적이 있다는 얘기로 끝을 맺어 인간의 존엄성이 갖는 본질이 뭔지 의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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