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Q(감성지수) 높이기

착한 아이가 빛이다 - 방정환 <만년 샤쓰>

체거봐라 2012. 4. 26. 21:38

요즘 아이들은 참 영악합니다. 도대체 정이 안 갑니다. 이렇게 투덜대면서도 사실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정떨어지는 짓을 해서 정이 안 가는지, 정을 안 줘 미워진 건지 아리송하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굳어지고 쉽게 남을 심판하려고 들어 이렇게 된 게다 반성도 합니다. 요즘 세상이 너무 경쟁을 부추겨 아이들 심사가 삭막해졌다고 제법 논리를 끌어대기도 합니다. 세태를 논하고 위정자를 꾸짖으며 학자연 거들먹거리기도 합니다. 이게 다 제 속이 허해서 그런 걸 겁니다. 제 새끼 하나 감동시키지 못하면서 무슨 교육이고 개혁 운운입니까. 이런 생각을 하면 참담해지기까지 합니다. 어쩌면 좋습니까. 따지고 심판하려는 습속이 골수에까지 배여 종국이 이렇게 된 걸거라 나름으로 깜냥을 해 봅니다. 착한 마음을 회복해야 우선 내가 평안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좀더 나아가 세상을 밝히는 게 결국 착한 마음에서 비롯한다는 생각을 마음으로 펼칠 일입니다. 플라톤이 이상(이데아)에 가 닿게 하는 힘이 에로스(사랑)이라고 말한 게 맞습니다. 세상을 바꾸는(平天下) 힘은 정심(正心)에서 나온다는 옛 성현의 가르침이 딱 맞습니다. 착한 마음씨를 늘 가까이 해야 하겠습니다.

 

가난한 집 아이 창남이는 남루한 옷을 입고 학교를 다니면서도 구김살 없이 노상 밝아 아이들이나 선생님들이 다 좋아합니다. 애들은 이 대목이 말도 안된다 그럴 겁니다. 비메이커 입고 오면 끼지도 못한다고 정색을 할 겁니다. 그런데 다른 어른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저는 집안 형편이 어려운데도 늘 밝고 적극적인 학생이 참 좋습니다. 그런 학생을 만나면 친해지고 싶습니다. 어떻게든 그 학생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집니다. 그런 학생을 위하는 건 참 보람 있는 일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런 학생은 나중에 커서 세상의 빛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창남이가 바로 이런 아이입니다. 창남이는 애들 앞에서 연설도 잘 하고 선생님들의 질문에 넙죽넙죽 우스게 소리로 딴청을 부려도 혼나기는커녕 칭찬을 받기 일쑤입니다. 맞습니다. 바로 딴청입니다. 이게 좀 어렵게 말하면 삶에 대한 낙관이거든요. 이게 힘든 사람들에게는 빛입니다. 욕심꾸러기들의 거짓말하고는 차원이 다르지요. 창남이가 딴청을 부릴 때에는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되바라지고 얄미운 것들은 이해도 못할 겁니다.

 

창남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먼 길을 걸어 빠짐없이 학교에 출석을 합니다. 교복을 갖춰 입는 건 고사하고 얻어 입은 양복 저고리에 다 해진 조선 바지, 거기에다 맨발에 짚신 꼴로 학교엘 옵니다. 눈먼 어머니를 모시고 찢어지게 가난한 형편에도 더 못한 이웃에게 벗어주느라 이 모양이라고 너스레를 떨 때에는 선생님도 학생도 다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창남이 같은 애가 어디 있습니까. 속이고 으스대고 잘난 척하느라 여념이 없어 나중에는 제 양심도 내다 파는 판국이라 우리는 창남이가 너무 낯설게 느껴집니다. 그러면서도 이런 사람 한 번 만나봤으면 좋겠다 싶기도 합니다. 그런 학생을 가르치면 얼마나 보람있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훈훈해집니다. 돈이 좀 없어도 이런 사람과 같이 살면 참 좋겠다 싶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런 생각도 잠시 잠깐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착한 걸 누가 알아주냐, 순진한 소리 하지 말라고 마음 속 깊은 곳에 도사린 욕심이 들썩거립니다. 어쩌면 좋습니까. 나도 별 수 없는 속물이군요. 하지만 또 모르지요. 자꾸 이러다 보면 나도 창남이처럼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