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전정(剪定)

체거봐라 2012. 9. 5. 18:09

 

전정(剪定)

 

이른 봄 퇴근길

동네 어귀

가로수 전정(剪定) 작업

 

겨우네 견디어온

생때같은 가지를

어찌 저리

무참하게 자르는가.

 

무럭무럭 자라 뻗으라고

거름 주고 벌레 잡고

공들이지 않았던가.

 

된서리 맞으며 한겨울을 이겼는데

이리도 무정하게 잘라낼 수 있는가.

머잖아 봄눈 틔울 물오른 생살이 곱지도 않더냐.

 

이른 봄 퇴근길

동네 어귀 가로변

널부러져 쌓인 잘린 가지를 내려다본다.

 

저 혼자 뻗대어서야

누구 하나 품을 수 없지 않겠냐고

누구에게든 그늘이 되어야 하지 않겠냐고

 

너보다 큰 자부심 한 가지 자른다

당신보다 큰 사랑 또 한 가지 자른다

그대보다 큰 그리움마저 자른다

 

너만큼

당신과 함께

그대와

어머니 치맛자락처럼 드리운

그늘 아래 깃들어 쉴 우리를 위하여.

 

* 전정(剪定) ; 나무 가지치기

 

(2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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