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영 단편 아동소설 <나의 철부지 아빠>
미혼부 아들이 바라보는 철없는 아빠 이야기입니다. 아빠가 스무 살 때 아들이 태어났고 엄마는 아들을 낳고 한 달만에 아들을 버리고 가 버렸다고 합니다. 할머니가 아들을 키워 오시다가 몸이 편찮아지시면서 철부지 아빠가 아들을 도맡아 기르게 되었는데 실상은 아들이 아빠를 돌본다고 하는 게 맞습니다. 끼니를 라면으로 해결하고 오토바이만 애지중지 하는 아빠는 아직 철이 들지 않아 양육 책임 같은 건 기대할 수도 없습니다.
미혼부 이야기도 흔치 않지만 애비가 철부지인 이야기는 난생 처음 접합니다. 아버지 이야기의 전형으로 자리 잡은 오이디푸스 설화가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이런 이야기는 낯설기도 하고 뭔가 불경한 느낌이 들기도 할 것 같습니다. 유교적 가치관이 지배했던 우리 전통사회에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이지 않습니까.
보통 아이가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아버지와의 갈등 문제는 아버지의 권위 의식 때문에 생기게 마련입니다. 아동소설, 청소년소설이 주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성장통으로 다루는 건 그만큼 이 문제가 전형적이기 때문입니다. 아들이 어른으로 성장하려면 아버지를 죽여야만 한다는 알레고리(비유)는 정신분석학으로 그 의미의 타당성이 상당한 정도로 입증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들은 성장하면서 아버지의 권위와 충돌하게 되고 그 권위를 넘어서거나 좌절하는 패턴에 따라 어른으로서의 인성이 형성된다고 보는 것은 아주 단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논리인 것 같습니다.
<나의 철부지 아빠>는 전형적인 아버지 이야기를 완전히 거꾸로 뒤집는 이야기라 놀랍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합니다. 소재가 눈길을 끌만하기 때문에 재미 있는 작품으로 권하는 건 아닙니다. 이 작품의 신선함은 뭔가 생각해 볼만한 의문을 우리에게 던지지 때문입니다. 대체로 엄마는 아이를 무조건 끌어안는 자애로움으로 아비는 아이를 바로잡는 엄격함으로 양육의 방법이 다르다고 이해되고 있습니다. 어미와 아비의 다른 양육 방법이 아이의 성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 역할에 혼선이 일어나면 어떤 문제가 생겨나는지 깊이 있게 연구한 성과를 잘 알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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