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을 글로만 읽었을 때에도 참 감동적이었는데 김동성 님의 그림책으로 읽으니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이야기가 마음에 그림 그리게 하여 마음을 곱게 일군다는 생각이 더 사무치게 만듭니다. 산골 학교에서만 교직 생활을 했던 임길택 선생님의 고운 마음을 고스란히 펼쳐 놓은 것 같아 선생님에 대한 소개로도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물론 아이들 심성에 나무 그늘과 꽃빛이 깃들도록 하자는 제 속셈이야 더 말해서 무엇하겠습니까.
이야기꾼 임길택 선생님은 참 마음씨가 고운 분입니다. 그 곁을 엿볼 수 있는 작품 한 구절을 소개합니다. “돌이켜 보니 날마다 보아 오던 학교 안 나무들도 모르는 것들이 여럿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우등생이라는 말을 집안 식구들이나 선생님에게 수도 없이 들어왔건만, 지금에 이르러 생각하니 대학을 다닐 때까지 무얼 배웠나 싶습니다.” 제가 교사라서 그런지 이 구절이 가슴에 꽂힙니다. ‘선생 나부랭이가 다 무어냐’ 싶은 생각에까지 치닫습니다. 선생님께 이토록 아름다운 자성(自省)의 선물을 한 아이는 공부도 꼴찌고 생긴 것도 남루하며 만날 지각이나 하는 촌구석 애입니다. 이름 모를 들꽃을 꺾어와 선생님을 감동시킬 뿐만 아니라 들꽃 공부까지 하게 만든 ‘보선’이는 그 마음이 얼마나 고울까요. 보선이는 등하교 길에서 만날 ‘원추리, 참나리, 패랭이’를 만납니다. 집에 갈 때 조금만 늦어도 어두운 산길을 걸어야 할 만큼 가난한 두메 산골에 살지만 보선이만큼 행복한 아이가 또 있을까요. 선생님은 이 천사 같은 보선이를 만나면서 ‘개불알꽃’을 만나게 됩니다. 동네가 생긴 이래 선생이라곤 한 사람도 찾지 않은 궁벽한 산골 마을에 가정방문을 가게 됩니다.
시험에도 안 나오고 돈도 안 되는 들꽃이 무슨 대수냐 싶은 게 요즘 우리 심사입니다. 갈수록 욕심만 커져서 무얼 먹어도 심드렁한 게 우리 행복의 실체가 아닙니까. 보선이가, 그 아이가 사는 마을이, 그리고 마을에 발을 들여 놓은 선생님이 맛본 행복감을 우린 다 잃어버렸습니다. 아니 저처럼 시골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야 잃어버린 걸 어렴풋이나마 느끼겠지만 도시에서 나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만 밟고 자란 아이들은 이런 행복감이란 게 있는 줄도 모릅니다. 동네 뒷산 너럭바위 아래 계곡 물로 첨벙 뛰어드는 행복감과 도심 찜질방 살균제 냄새 진동하는 인공 풀장에서 자맥질 하는 쾌감이 비교가 되겠습니까. 그도 모자라 수직 낙하 물썰매의 아찔한 쾌감만 찾으니.....
'EQ(감성지수) 높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동물 - 김상남 단편 아동소설 <외톨이는 없다> (0) | 2014.08.13 |
---|---|
혈연보다 더 진한 가족애 [할머니는 일학년] (0) | 2014.08.13 |
가족애에 대한 회의(懷疑) -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0) | 2013.12.09 |
아빠가 권위가 하나도 없다면? 신혜영 <나의 철부지 아빠> (0) | 2013.07.08 |
학업 스트레스와 또래집단의 비행(非行) - 박영란 장편소설 [영우한테 잘해줘] (0) | 2013.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