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혁명 62주년이 되었다. 젊은 청춘들이 불의에 항거하여 혁명을 이뤄낸, 가슴 벅찬 날이다. 이 나라 젊은이들의 역사의식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시 한 번 그 위대한 역사의 현장으로 가보자. 4.19 의거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많지만 시위 현장을 세밀하게 그린 소설로는 박태순의 <무너지는 극장>을 첫손에 꼽는다. 작가 박태순은 4월 19일 경무대 앞 시위대열 속에 있었다고 한다. 지척에서 친구가 총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을 봤을 것이다. 그는 누구보다 시위 현장을 실감 나게 그릴 수 있었다. 이 작품은 1960년 4월 25일 서울 종로4가 평화극장에서 있었던 사건을 다큐멘터리처럼 그리고 있다.
4.18 고대생 천일백화점 앞 피습
천일백화점 자리 청계4가 교차로 하나은행 건물
3.15 부정선거에 항거해 전국적으로 시위가 번져 나갔는데 4월 18일에는 고려대 학생들이 청계4가 천일백화점 앞에서 깡패들에게 테러를 당해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19일 피의 화요일에는 젊은 학생들이 경무대 앞에서부터 시작하여 서울의 거리 여기저기에서 경찰이 쏜 총탄을 맞아 길바닥에 피를 흘리며 죽어간다. 시위 행렬이 주춤해졌다가 일 주일이 지난 25일 교수단이 거리 시위에 나오자 분노의 불길은 다시 타오른다. 이승만 정권은 다음 날 새벽 5시를 기해 계엄령을 선포하지만 이미 군중의 성난 파도는 걷잡을 수 없게 되었고 결국 오전 10시에 하야 성명을 발표하게 된다.
4.19 경무대(현 청와대) 앞 발포
<무너진 극장>의 주인공은 4월 25일에 죽은 친구의 묘소에도 가보고 다친 친구 병문안 하러 시내에 나갔다가 대학교수단 시위를 목격한다. 시위대에 뛰어들게 되고 평화극장 파괴 현장에 가담한다. 평화극장은 정치 깡패 임화수의 것으로 실제로 그날 정치 깡패 이정재의 집이 부수어지고 임화수의 평화극장이 파괴되었다. 추악한 깡패 정치의 주구 이기붕의 집도 파괴된다. 작중 화자는 평화극장에 뛰어들었다가 계엄군을 피해 극장 안에서 하룻밤을 숨어서 지새우고 다음 날 거리로 나와 이승만 하야 소식을 듣게 된다.
4.25 대학교수단 시위
4.26 이승만 대통령 하야 환영 시위
평화극장의 소유주 임화수는 자신이 단장으로 있던 반공청년단의 깡패들을 동원하여 4월 18일 국회 시위를 마치고 돌아가던 고려대 학생들을 무참하게 폭행하도록 한 자이다. 그는 정치 깡패의 우두머리이자 권력자에게 여성 연예인을 성 상납하던 추악한 포주였다. 이승만 정권의 부패와 무능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소유주로 있는 평화극장이 시위대의 표적이 되어 파괴된 건 4.19혁명의 본질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무너진 극장>은 권력 비리에 분노하여 일어난 민중 저항을 현장감 있게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4.19 문학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 형식이긴 하지만 사실(팩트)에 충실한 기록물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소유였던 극장을 불하받는 특혜를 누리는가 하면 독재 정권으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으면서 홍보 영화를 만들어 주고 연예인들을 권력층의 노리갯감으로 공급했던 추잡한 정치 깡패 임화수의 극장, 부패 정권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평화극장이 열혈 청년들의 의기에 무너져 내렸다.
작품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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