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은 [국가]에서 인간의 마음은 크게 지혜와 격정 그리고 욕망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플라톤이 본 인성(人性)과 동양의 현자들이 본 인성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동양의 현자들은 인간의 마음을 지성과 감성 그리고 의지로 삼분하였는데 나는 동양철학의 知情意는 플라톤의 지혜,욕망,격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동양의 현자들이 이 세 요소를 위계짖지 않고 잘 어울리는 것을 최선이라고 말했다면 플라톤은 이들의 위계를 분명히 하여 지혜의 상대적 우월성을 강조한 점이 다르다면 다르겠다. 공맹의 사상이 주자에 와서 통치이념화 했다는 점을 들어 초기 유가 사상이 근대적 민본사상의 맹아를 품고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는데, 제국을 형성하기 위한 국가들의 패권다툼이 치열했던 시대에 발생한 사유방식이 질서와 위계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고 통치력을 어디에서 뽑아낼 것인가 하는 전략적 발상만 조금씩 상이하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아무튼 혼돈의 시대를 정돈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위대한(?) 통치철학을 낳았고 이때의 발상이 이후 역사에 본원적 모티프를 제공하게 되었다고 본다. 모든 정치 테제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공맹 노장의 저술의 변용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저들이 말하는 소위 '잃어버린 10년과 되찾은 미래'는 생뚱맞은 게 아닐 뿐더러 자연의 섭리 앞에 미물에 지나지 않는 인간의지를 다시 확인케 한다.
플라톤은 지혜로운 지식인이 정의감으로 무장한 격정적인 수호자들과 욕망을 절제하는 인민들을 지배하는 것이 질서의 요체요 정치체제를 안정화하는 원리라고 봤다. 동양의 현자들이 통치자는 도덕군자이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이 지혜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플라톤은 참 지식을 '이데아'라는 개념으로 명명하고 상상, 신념, 더 나아가 논리적 지식까지도 이데아와 구분되는 거짓 지식이라고 봤다. 현상과 구분되는 본질에 대한 참된 앎이 곧 이데아라고 본 것인데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의 '이데아'에 대해 마뜩찮았던 모양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데아가 현실의 현상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라고 본 듯하다. 이는 조선 후기 이기론을 연상시키는데 퇴계와 기대승의 이기논쟁은 논쟁에 나선 당사자들의 나이 차뿐만 아니라 선배와 후배가 각각 보수적 관점과 해체적 관점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다. 이렇듯 우리는 수 천 년을 격한 시대를 산 지식인들이 따지고 보면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고민을 안고 살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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