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와 나무
눙치듯 은근 슬쩍 빗대련만
정곡을 찌르는 빗댐도 수월치 않은데
나와 나비가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면
눙칠지 정색할지 어찌 알겠는가.
흔히 생은 부평초라는데
생이 부평초보다 대견할 게 없다면
우리 생을 어떻게 고백해야 할지
나는 알지 못하겠다.
흘러 흘러 어느 사구(沙丘)에 잠시 머문다고
생이 분명해지겠는가.
그늘을 드리워 살아있다는 걸 거듭 반추한다고
한 때라도 못 견딜 꿈이란 걸 모르겠는가.
어쩌면 나비의 날개짓처럼
갈피를 잡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풀거리는 존재감만으로 족한
가벼운 생의 무게를 너는 알겠는가.
20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