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스토리텔링

파자(破字) 개념론 - 예술적 언어과 과학적 언어 2

체거봐라 2009. 3. 19. 11:00

槪念(개념)의 '槪'는  나무(木)과 旣(이미 기)가 결합된 글자입니다. '旣(이미 기)'는 참 재미있는 글자인데 사람들이 어려워 합니다. 이 글자는 '食(밥 식)'에 '旡'가 결합된 글자입니다. 밥상과 뒤돌아 앉은 사람을 본따서 만들어진 글자로 '밥을 이미 다 먹었다'는 뜻입니다. 槪는 '대개'라는 뜻을 가진 글자인데 木 부분이 뜻을 담고 '旣(이미 기)'는 소리를 담는 부분입니다.

 

槪念(개념)에 왜 나무가 들어가는지 이해가 잘 안 갈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나무'가 들어간 게 기막히게 잘 맞습니다. 어떤 대상에 대해 개념이 생긴다는 것은 그 대상이 어떻게 분류되는지 파악이 된다는 뜻입니다. 이 말이 참 어려운데 쉽게 얘기해서 '식물'이라는 개념을 이해한다는 것은 '식물'이 '동물'과 어떻게 다르며 '동물'과 '식물'이 '생물'에 속한다는 것을 안다는 것입니다. 좀 어렵게 얘기하면 개념이 생긴다는 것은 상하위 개념을 안다는 뜻입니다. 어떤 개념에 대해 정의를 내릴 때 이 상하위 개념을 이용합니다. 예를 들어 인간에 대해 정의를 내리면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라고 정의를 내립니다. 여기에서 '동물'이 바로 '인간'의 상위개념입니다. 생각은 동물에 속하는 많이 종들 중에 인간이 다른 종과 구분되는 차이점이지요. 정리하면 개념이 생긴다는 것은 수형도(나뭇가지가 뻗어나간 모양) 모양의 계통을 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개념'이라는 말에 '나무(木)'가 들어가는 게 기막히게 적절하지요.

 

사람들은 왜 개념을 어려워 할까요? 글을 읽으면서 어렵다고 느끼는 건 바로 추상 개념 때문입니다. 추상 개념이 정확히 잡혀있지 않으면 글을 독해하기도 어렵지만 논리적인 글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논리적인 글은 객관 사실을 근거로 주장하는 바를 추론하는 글인데 이런 글에서는 추상 개념이 사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추상 개념이라는 말이 자꾸 나오는데 '개념'이라는 말은 앞에서 살펴봤으니까 '추상(抽像)'이라는 말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抽(뽑을 추)'는 손(手)과 由(말미암을 유)가 결합한 글자입니다. '由'는 밭에서 뭔가를 뽑아내는 모양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抽'는 '뽑아낸다'는 뜻을 갖게 되는 겁니다. 뭘 뽑아낼까요. 바로 모양(형상)을 뽑아내는 겁니다. 그래서 '추상'이라는 말은 대상사물을 대표하는 줄기(뼈대)만 뽑아낸다는 뜻이 됩니다. 예를 들어 사과, 배, 복숭아 등을 '과일'이라고 하는데 사과, 배 등이 어떤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한 데 묶어서 '과일'이라고 한 것이겠지요. 바로 그 공통 분모를 뽑아내는 것을 추상화(抽像化)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일' 정도면 그리 어려운 개념도 아니지요. 과일을 포함하는 '식물', 식물을 포함하는 '생물', 생물을 포함하는 '물질', 이 정도만 추상화 해도 어렵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렇듯 추상화에는 계층이 있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추상화가 심해져 구체적인 사물로부터 멀어집니다. 그러니 쉽게 감잡히지 않지요. 그런데 이 추상 개념은 논리적 사고에 반드시 필요합니다. 추상 개념을 쓴다는 것은 개념들 사이의 위계(상하 계층)을 안다는 것이니 사물들 간의 공통점 차이점을 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개념 구사하는 것을 보면 세계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자 이제 예술 언어와 과학 언어의 차이점을 정리해 봅시다. 언어를 매재(전달하는 재료)로 하는 예술 장르는 문학이니 예술 언어와 과학 언어의 차이는 문학과 비문학의 차이라고 쉽게 이해해도 좋습니다. 다만 분명히 알아 두어야 하는 것은 문학은 예술에 포함되고 과학은 인문과학, 자연과학, 사회과학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예술과 동위(같은 계층) 개념이 과학이고 문학은 이들 개념의 하위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층위를 분명히 알지 못하면 혼란스러울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