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스토리텔링

파자(破字) 개념론 - 主觀과 客觀

체거봐라 2009. 5. 7. 15:09

과학은 객관을 추구하고 예술은 주관을 추구합니다. 객관을 추구한다는 말이 어려울 수 있는데 다른 뜻이 아니고 뭐든 객관적으로 보려고 한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과학은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고 예술은 사물을 주관적으로 보려고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객관적으로 보는 것과 주관적으로 보는 건 서로 어떻게 다를까요? 과학으로 밝혀낸 사실들은 객관적 사실입니다. 과학적 사실이 사람마다 다르면 안 되겠지요.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한다'는 사실이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예술은 객관을 추구하면 안 됩니다. 예술가는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독창적으로 사물을 봐야 합니다. 그래서 예술은 상식적인 시각을 벗어나 사물을 낯설게 보려고 합니다.

 

이제 '객관', '주관'이라는 말을 풀어서 더 쉽게 알아봅시다. '客觀'은 '客(손 객)'과 '觀(볼 관)'이 결합된 말입니다. 쉽게 '손님의 시각'이라는 뜻입니다. 客은 宀(갓머리)과 各(각각 각)이 결합된 글자로 '지붕 아래 각처에서 온 사람'이란 뜻으로 쉽게 '손님들'을 의미합니다. 觀은  雚(황새 관)과 見(볼 견)의 결합한 글자입니다. 황새는 머리에 깃털(艹)을 단, 두 눈(口口)이 부리부리한 새(隹)입니다. 그러니 觀은 황새처럼 본다는 의미입니다. 뭐든 뚫어지게 보면 觀입니다. 그러면 객관은 '손님들의 눈으로 본다'는 의미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즉 다수가 보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주관은 그와 반대로 주인 눈으로 보는 것입니다. 主는 원래 촛불이라는 의미였는데 주인 또는 왕이라는 의미로 뜻이 변했습니다. 정리하면 객관은 남들의 시각이고 주관은 나의 시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술'이라는 말을 살펴봅시다. 藝術은 藝(재주 예)와 術(재주 술)이 결합된 말로 한 마디로 '재주'라는 의미이겠지요. 그런데 이 말의 어원을 잘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藝는 풀(艹)과  蓺(심을 예) 云(이를 운)이 결합한 글자입니다. 아래의 云은 그냥 꿇어앉은 사람의 다리 모양이라고 보면 됩니다. 심을 예(埶)는 땅(土) 위에 나무(土+八->木)를 심는 사람의 모습이다. 丸(굽을 환)은 厂(언덕 엄)에 人(사람 인)이 결합한 글자로 사람이 몸을 웅크린 모습입니다. 그러니 埶(심을 예)는 사람이 허리를 굽혀 나무를 심는 모습을 본뜬 글자입니다. 術은 朮(차조 출)과 行(갈 행)이 결합한 글자로 '차조'는 찰져서 잘 달라붙는 곡식이니 術은 '착 잘라붙어 잘 따라 간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러니 術은 원래 '모방'이라는 의미를 가졌던 것입니다. 정리하면 예술은 '생산적인 일을 집단적으로 잘 해낸다'는 의미였던 겁니다.

 

지금은 예술이 물질 생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이런 일은 과학과 훨씬 가깝지요. 지금의 예술은 주관적 정서를 표현하는 일을 주로 합니다. 이때 주관이 바로 나의 관점, 나만의 독특한 시각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예술은 지금까지 익숙했던 사물이 갑자기 다르게 보일 때 일어나는 마음 속의 느낌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내어보이는 것을 말한다고 보면 됩니다. 다시 말해 어떤 이유로 사물이 갑자기 낯설게 보인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다들 보는 방식이 아닌 나만의 독특한 방식을 뭔가를 보고 느껴 이를 겉으로 드러내어 보인 것입니다. 그래서 예술에서는 주관적 느낌과 독창적 시각이 엄청 중요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