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팩션 세계사

영국 절대왕정 형성의 역사

체거봐라 2009. 4. 8. 18:51

중세 영국의 역사는 크게, 로마 지배기, 이주 점령기, 봉건제 분할 통치기, 절대왕정기, 근대로 나눌 수 있다. 이주기에는 독일계의 앵글로섹슨족, 덴마크와 노르웨이에서 이주해 온 바이킹족, 프랑스계의 노르만이 순차적으로 점령했으며 이주기 이전에 살고 있었던 켈트족과 혼합되어 현재의 영국인이 되었다고 본다.

 

장미전쟁을 통해 봉건제 분할 통치기는 종말을 고하고 절대왕정기가 막을 열었다고 보면 된다. 랭카스트가와 요크가의 대립과 전쟁은 봉건제를 허물고 근대적 국가 개념을 성립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사실 영국이라는 국가는 프랑스와 치룬 백년전쟁과 내부 권력 투쟁이라 할 수 있는 장미전쟁을 통해 확립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 이전에는 로마 교황청과 신성로마제국의 영향력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왕족간의 통혼으로 세력 균형을 꾀한 시기라 국가 개념이 희박할 수밖에 없었다. 토지를 기반으로 한 중세적 경제 시스템은 지리상의 발견 등으로 인한 충격파로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강력한 왕권이 형성되기 시작했으며 귀족간의 권력 다툼과 전쟁은 왕권 강화로 귀결되었다.

 

이 시기의 영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많이 만들어져 50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 여행을 아주 흥미롭게 만들어 준다. 장미전쟁을 직접 배경으로 하는 영화로 추천할 만한 게 없어서 아쉽지만 로만 폴란스키가 만든 세익스피어 원작의 [맥베드]는 고전 문학 작품을 영화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해줄 뿐만 아니라 영국 역사의 일 국면을 사실적으로 보여줘 적극 추천하고 싶다. [맥베드]는 봉건제 분할 통치기 권력 투쟁의 단면을 아주 잘 그려 영국 역사 이해에 많은 도움을 주는 작품이다. 장미전쟁은 15세기 말경에 일어났고 세익스피어는 16세기 말경에 [맥베드]를 썼으니 당대 영국을 형상화하기 위해서 11세기경의 스코틀랜드 왕 맥베드의 이야기를 연극 공연 작품으로 올린 것은 아주 적절하다고 본다. 멕베드 왕은 자신이 주군으로 모시던 덩컨 왕을 죽이고 왕좌를 빼앗지만 덩컨 왕의 아들에게 결국 살해당하고 만다. 그의 왕위 찬탈은 스코틀랜드를 통일시킨 덩컨 왕의 업적을 가로챈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가 복잡하게 얽히도록 만든 역사의 단초를 놓았으니 영연방 형성에 기여했다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덩컨왕의 아들은 왕위를 되찾기 위해 잉글랜드의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이후로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는 복잡하게 얽히게 된다.

 

백년전쟁을 통해 영국은 국가적 면모를 갖추게 된다. 전쟁이 프랑스의 승리로 귀결되고 영국 영주들이 프랑스 지방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하고 특히 프랑드르 지방에서 모직산업을 이끌었던 영국 양모업자들이 대거 영국으로 귀국하면서 근대적 국민국가 개념이 급격히 확산되었으며 영국의 앞서나가는 산업혁명을 촉발시키게 된다. 이때부터 중앙집권적인 강력한 왕권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귀족들 간의 권력 다툼은 필연적었다고 볼 수 있다. 당연히 이 시기의 왕권의 향배는 역사 서술의 초점이 될 수밖에 없다. 왕실의 복잡한 치정 사건마저도 역사 서술자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 부인을 처형하면서까지 새 여인을 아내로 맞아들이는 헨리 8세의 이야기, 그의 두 딸이 권련을 투쟁을 벌이며 저지른 끔찍한 사건들은 영국 역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 거리일 수밖에 없다. 이야기의 내용도 흥미롭지만 격변기의 영국이 세계제국으로 발돋움 하는 데 헨리가의 비극적 사연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으니 대중뿐만 아니라 역사 전공자에게도 관심거리가 되는 건 당연하다.

 

 

* 영국 역사 관련 영화 * 

[맥베드]

[루터] 독일의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의 삶을 다룬 영화

[천일의 앤] 로마 카톨릭과 영국 절대왕정과의 본격적 대립(로마 카톨릭 권위의 약화 계기) 헨리 8세로 대변되는 영국 국교회 성립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천 일의 스캔들]

[사계절의 남자] [유토피아]를 쓴 토마스 모어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로마 카톨릭과 결별하며 영국 국교회가 성립될 무렵을 살며 루터와 논쟁을 벌이며 헨리 8세의 이론적 배후 역할을 했던 모어는 어릴 적 친구이기도 한 국왕이 새로운 왕비 앤을 맞이하며 억울한 누명을 쓰고 처형되고 만다. 이 시기를 배경을 한 영화가 꽤 많은데 중세의 종말과 근대의 태동을 가져온 종교개혁의 시기라 역사적으로도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시기이다.

[엘리자베스] 신교도를 무자비하게 탄압한 메리 여왕이 죽자, 신교도이면서 정치적 반대 세력의 틈바구니에서 권력을 장악해 들어가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집권 초창기를 그리고 있는 영화. 헨리 8세의 두 딸이 권력 투쟁으로 맞서며 험난한 종교 전쟁을 겪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버지 헨리 8세가 새 부인을 맞이하기 위해 카톨릭과 대립한 일은 그의 두 딸 메리(피의 메리)와 엘리자베스에게 극단적 성향을 갖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메리는 카톨릭을 지지하며 종교개혁가들을 많이 죽여 '피의 메리'로 불리게 되고 엘리자베스는 8세 때에 자신은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만큼 병적으로 권력지향적인 성향을 갖게 되었다. 가족사적으로는 자매가 서로 대적하는 불행을 잉태한 것이지만 영국의 국익을 생각하면 두 걸물을 만들어낸 헨리 8세의 공적을 높이 사야 하지 않을까. 엘리자베스 1세는 메리와의 권력 투쟁에서 승리하고 영국 해적들의 노략질을 후원하면서 정치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사실 그의 권력은 이렇듯 추악한 바탕에서 나온 것이다. 엘리자베스의 이런 면이 당시 패권을 장악하고 있던 스페인의 필리페 2세로 하여금 극단적 혐오감을 갖도록 했을 것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