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를 기쁨, 성냄, 슬픔, 즐거움, 사랑, 미움, 탐냄 일곱 가지로 나누는 것이 타당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론적으로 다양한 정서적 표현을 어떻게 나누는지 더 공부해 봐야겠지만 분명하게 구분이 잘 안 될 뿐더러 그렇게 나누는 것이 크게 의미도 없는 것 같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의 마음을 전통적으로 감성적 요소와 이성적 요소로 나눈다는 것입니다. 최근 뇌과학은 이런 전통적 구분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뇌의 일부인 대뇌피질은 좌우 두 쪽으로 나뉘어 있는데 좌뇌가 주로 논리적 순차적 사고를 담당하고 우뇌가 감성적 수용과 반응 및 직관적 종합적 사고를 담당한다고 합니다. 여자들은 공간지각력이 떨어지는데 이는 남성에 비해 우뇌가 덜 활성화 되어서 그렇다는 식의 논리는 바로 이런 뇌과학 연구에 의해 이루어진 것입니다.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은 인간의 다양한 정서를 어떻게 나눌 수 있는지 살펴보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듯합니다. 뇌과학의 발전으로 우리의 마음이 가슴이 아니라 뇌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생리 화학 반응 현상임이 밝혀졌는데, 뇌파를 측정하여 뇌의 각 부위가 어떤 사고 활동과 관계가 있는지 상당한 부분 밝혀냈습니다. 다중지능 이론에 의하면 인간의 지능은 크게 음악적 지능, 신체 운동적 지능, 논리 수학적 지능, 언어적 지능, 공간적 지능, 대인관계 지능, 자기이해 지능, 자연탐구 지능 등 여덟 가지로 크게 나눴습니다.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을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가설과 함께 살펴보면 인간의 마음을 나누는 이론이 큰 차이 없이 서로 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망이 크게 생리 욕구(Physiological), 안전 욕구(Safety), 애정-관계 욕구(Love), 자아존중 욕구(Esteem), 자아실현 욕구(Self Actualization) 5단계로 나누고 전단계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를 욕망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다중 지능 중 음악적 지능, 신체운동적 지능, 공간적 지능 자연탐구 지능은 생리 욕구 안전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적응 과정에서 습득하는 지능이고 대인관계 지능은 애정 관계 욕구를 충족시키 위해 계발한 지적 능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의 심리를 살펴보는 여러 이론들이 사실은 인간이 자연과의 갈등 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진화한 정신 심리적 적응기제를 분석한 것으로 대동소이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심리이론들이 서구 근대 과학의 대단한 성과로 보일 수가 있는데 가만히 살펴보면 동서고금이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불교의 五欲樂(食色睡財名-식욕, 성욕, 수면욕, 재물욕, 명예욕)도 매슬로우와 크게 다르지 않고 七情(喜怒哀樂愛惡欲) 또한 이런 욕망이 결핍되었을 때 일어나는 정서적 반응임을 알 수 있습니다. 너무 단순화 하는지 모르겠지만 기쁨과 성냄은 생리적 욕구와 안전 욕구가 충족되거나 결핍되었을 때의 심리적 반응이고 사랑과 미움은 관계-사랑의 욕구가 결핍되거나 충족되었을 때, 슬픔과 즐거움은 자아존중의 욕구 또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결핍되거나 충족되었을 때 생기는 마음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뇌과학에서는 인간의 마음을 뇌세포 뉴런의 신경 전달 물질 분비 패턴이고 봅니다. 인간이 어떤 상황에 부딛치면 그에 대처하기 위해 특정의 신체적 반응을 하게 되는데 뇌는 신속하면서 적절하게 신체적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특정의 신경 전달물질 분비 패턴을 익히게 되고 나중에 유사한 상황에서 동일한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극 반응 패턴이 만들어지는데 상황이 복잡해짐에 따라 자극 반응 패턴도 점점 세분화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경험이 많을수록 감수성이 예민해지는 것입니다. 감수성이 예민해진다는 것을 그냥 잘 느낀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예민하다는 말은 날까롭다는 의미를 갖고 있으니 '신경질적이다'는 의미로 생각하기 쉬운데 예술이 추구하는 것은 신경질적인 것이 아닙니다. 감수성이 예민하다는 것은 감정이 잘 분화되어서 감정의 작은 차이도 잘 느끼고 그에 걸맞게 반응을 한다는 의미로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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