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이루는 세 요소 지(知), 정(情), 의(意)가 어떤 의미인지 글자를 쪼개어 살펴 보았습니다. 이 세 요소가 잘 이루어진 걸 지혜(智慧), 정서(情緖), 도덕(道德)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도덕에 대해서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혜롭다'는 말은 많이 쓰는 말인데 정작 그 뜻을 물으면 막막합니다. '정서', '도덕'이라는 말도 마찬가지이지요. 자주 쓰는 말이 오히려 더 막연한 것 같습니다. 똑똑하면 지혜롭다고 하고 마음이 따뜻하면 정서적이라고 하잖아요. 그와 마찬가지로 의지가 강한 사람, 즉 아는 대로 행하는 사람을 도덕적인 사람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파자를 해서 살펴보면 '의(意)'와 행함(실천)이 결합한 글자가 '덕(德)'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意가 音(소리 음)과 心(마음 심)이 결합한 글자라는 걸 이미 배웠습니다. 풀이하면 '마음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 정도가 됩니다. 德(큰 덕)은 彳(두인변, 걷다)과 直(곧은 직), 心(마음 심)이 결합한 글자입니다. 뜻풀이하면 '마음 먹은 대로 뚜벅뚜벅 걸어가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러니 의지대로 실천하면 그것이 德이 되는 겁니다. 알고 보면 道(길 도)도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 글자입니다. 辶(책받침, 辵 쉬엄쉬엄 가다)와 首(머리 수)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글자이니 '생각한 대로 나아가다'는 뜻을 갖고 있어 德과 뜻이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도덕이라는 개념이 의지와 실천이 결합한 뜻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도덕과 윤리는 어떻게 다를까요. 보통은 도덕과 윤리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큰 차이도 없습니다. 그러나 글자를 분해해서 살펴 보면 그 작은 차이가 분명히 드러납니다. 倫(인륜 륜)은 人(사람 인)과 侖(둥글 륜)이 결합한 글자입니다. 侖은 집(人+一)에 책(冊)이 쌓여 있는 모습을 나타내는 글자입니다. 도서관 또는 학교라는 의미로 보면 되겠습니다. 理(다르릴 리)는 玉(구슬 옥)과 里(마을 리)가 결합된 글자로 구슬의 결처럼 마을에 놓인 길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理라는 글자는 사람이 살아가는 바른 길(마음의 길)이란 의미로 해석하면 맞을 겁니다. 그러니 윤리라는 말은 책을 읽으면서 공부해서 얻은 이치라는 의미가 됩니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하는데 윤리(倫理)는 바로 '책 속의 길'이라는 의미이지요. 여기에 실천이 결합하면 도덕이 됩니다.
선량한 마음, 즉 양심(良心)을 갖고 있는 사람이면 자신의 행위가 이치에 합당한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진실은 누가 깨우쳐 주지 않아도 자명(自明)한 것입니다. 다 속일 수 있어도 자신의 양심을 속일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인면수심(人面獸心 사람의 겉모습이나 짐승의 마음)이라는 말이 있듯이 양심은 천부적으로 갖고 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니 세상 이치를 터득해야 지혜로와지고 그런 뒤에 양심을 갖게 된다고 봐야 합니다. 세상의 이치를 터득하는 데에 독서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습니다. 인간은 수천 년 문명을 일구어 오면서 세상 이치는 책 속에서 나오며 독서하는 사람에게 양심이 깃든다는 걸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도덕, 윤리', 늘 쓰는 말이지만 그 뜻을 분명히 알 수 없었는데 글자를 부수어 보니 분명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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