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이는 우리 반에서 제일 예쁘다. 여자 애들은 하은이가 무척 신경이 쓰인다. 당연히 하은이에 대한 소문도 많다. 나도 하은이에 대한 이런 저런 소문을 퍼트리는 데 한몫을 한다. 누가 누구를 좋아 한다는 소문은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 그 주인공이 하은이와 강민이이기 때문이다. 둘은 우리 반에서 제일 인기 있는 여자 애와 남자 애다. 둘이 사귄다면 당연히 관심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내가 하은이를 질투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초등학생이 이성교제 한다는 게 좀 웃긴다는 생각이다. 얘기를 옮기다 보니 나도 없는 말을 좀 보탠 건 사실이지만 어린 애들이 키스까지 하다니 말이 되는가. 그런데 일이 좀 난처하게 돌아간다. 당사자가 그런 사실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화를 낼 뿐만 아니라 헛소문 낸 사람을 반드시 찾아내겠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지어내어 보탠 얘기가 이렇게 크게 번질 줄 몰랐다.
험담하는 게 나쁜 일일까요. 아닌 땐 굴뚝에 연기 날 리가 없다고 욕을 얻어먹을 만한 짓을 했으니 나쁜 소문이 도는 게 아닐까요. 사실이 아닌 것을 꾸며내어 소문을 내는 건 분명 나쁜 짓이지만 잘못 된 걸 잘못 되었다고 말하는 건 정의로운 게 아닙니까. 불의를 보고 침묵하는 건 비겁한 짓이잖아요. 그렇다면 선악의 판별 기준은 전하는 이야기가 사실이냐 아니냐에 달려 있겠군요. 법률은 허위사실 뿐만 아니라 사실이라 하더라도 다수에게 퍼트려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면 위법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분명한 사실이라 하더라고 소문을 내면 나쁜 짓입니다. 누군가를 많이 아프게 하니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여럿이 모여 살다 보면 그 중에 참 얄미운 짓을 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럴 때에는 험담이 오고 가게 마련입니다. 독불장군 혼자 잘났다고 건방지게 구는 사람에게는 공동체의 평화를 위해 뭔가 징벌이 가해져야 하는 게 아닐까요. 그러니 험담을 하는 건 선량한 행위일 수 있지 않나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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