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Q(감성지수) 높이기

바로 내 옆에 있는 예수님 부처님 - 김영만 단편 성장소설 <어른들은 몰라요>

체거봐라 2017. 1. 14. 11:21

 

예수님 부처님 같은 지고지순한 성자(聖者)를 많이 알고 있지만 그 아무리 성스러울지라도 지금 여기 나의 생활과 멀다면 본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에 대해 들어 아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몸으로 본받아 나 스스로 성스러워지지 못한다면 한낱 지식으로 그치고 맙니다. 헌신(獻身, 몸 바침)은 뭇사람이 행하기에는 너무 힘겨운 일이라 여기며 그냥 성자를 존경하는 마음을 갖는 데에서 더 나아가지 못 합니다. 그러니 가까운 곳에서 찾아야 합니다. 같이 어울려 지내는 사람 가운데에서 성자다운 사람를 만나는 것만큼 나한테 복된 일도 없을 것입니다. 어울리며 나도 모르게 점점 닮아가고 그것이 내가 성스러워지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특히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더더욱 성스러운 일을 접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때는 초자아(superego)가 형성되는 때인지라 고집을 부리고 떼를 쓰기보다 말 잘 듣고, 질서에 맞춰 근면성을 갖게 되는 시기라고 합니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사람의 성격은 크게 세 가지 요소가 서로 어떻게 힘의 균형을 이루느냐에 따라 그 경향성이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무의식(Id)과 초자아(Superego)가 서로 밀고 당기면서 균형을 이루어 형성되는 게 바로 자아(Ego)라고 쉽게 생각합시다. 무의식을 쉽게 원초적 욕망이라고 생각하고 초자아를 그 욕망을 절제하고 사회문화적 규범을 내면화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젖을 빨고 배설하며 성기에 관심을 가지면서 원초적 욕망이 무의식적으로 잠재된다면 초자아는 주로 6세에서 11세 초등학생 때 친구들과 놀이를 하고 학교에 다니고 배우면서 형성된다고 봐야 합니다. 심리학자는 이때를 흔히 잠복기라고 하는데 뒤 이어 올 사춘기와 비교해 참 순하고 수용적인 때라 그렇게 이름을 붙인 모양입니다. 이 때가 참 중요합니다. 초자아(Superego)가 든든하게 형성되지 않으면 사춘기를 맞아 원초적 본능에 휘말려 감당을 하지 못한다고 보면 됩니다.

 

아이가 성스러워진다는 건 어불성설이라 생각하게 마련인데 이렇게 심리 발달 단계를 살펴보면 말이 안 되는 게 아니라 꼭 명심해야 할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춘기를 맞이하기 전에 성스러운 일에 공감하는 경험을 많이 할수록 좋습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예수님 같은 성인를 소개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성자를 직접 만나서 가까이 지내보는 일을 너무 어렵습니다. 그런데 우리 곁에 성자가 없어서 찾을 수 없는 게 아니라 우린 은연중에 성스러운 존재는 저 멀고 높은 곳에 있는 범접하기 어려운 분이라고 지레짐작 하는 게 아닐까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격언처럼 참다운 성자는 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게 아닐까요. 이 작품의 고물 장수 할아버지처럼 우리 곁에 아주 가까이 있는데도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숨은 성자를 아이들이 만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할아버지가 뒷산 오두막에 들어올 때에는 모른 척하던 동네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날마다 한 차례씩 동네 골목을 돌아다니자 관심을 갖고 지켜보기 시작했다.

동네에 이상한 소문이 나돈 것도 그 무렵부터다.

고물 장수 영감 소문 들으셨어요?”

큰 절에서 나와 떠돌아다니는 영감이라면서요?”

그게 아니라 고향에서 쫓겨났다던데요?”

어머나! 얼굴은 돌부처처럼 인자하게 생겼던데.”

고물 장사를 한답시고 도둑질을 하는지도 몰라요.”

설마 도둑질까지!”

도둑질이 아니라 아이들을 노리는 게 아닐까요? 글쎄, 아이들이 동화책이랑 장난감을 가져가면 그렇게 좋아한다는데요!”

어쩌면 좋아? 아니, 경찰은 뭘 한대요?”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는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 사람 저 사람 입을 건너다니는 동안 눈 덩이처럼 불어났다.

동네 어른들은 바싹 긴장해서 아이들을 타일렀다.

고물 장수 영감을 조심해라. 큰일 낼 사람이라더라!”

엿이나 튀밥은 시장에서 얼마든지 사다 줄 테니까, 아예 그 영감 곁에 갈 생각도 말아라!”

아이들은 골목에서 놀다가도 할아버지가 나타나면 서둘러서 집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어른들이 그렇게 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기가 있는 아이들은 전신주 뒤에 몸을 숨기고 가위 소리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킥킥, 꼭 각설이 할아버지 같다!”

, 우리 앞을 지나가고 있어!”

울긋불긋한 헝겊을 덕지덕지 덧대어 기운 할아버지의 옷을 보면, 텔레비전에서 본 각설이가 떠올랐다. 어른들의 단속만 아니었으면 할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장난깨나 쳤을 개구쟁이들이었다.

어헐씨구시구 들어간다! 저헐씨구시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사실 아이들은 고물 장수 할아버지를 무서워해야 될지 어쩔지 조금은 혼란스러웠다. 엿이 먹고 싶어서 어른들 몰래 헌 동화책이나 망가진 장난감을 갖다 주면, 엿이랑 튀밥을 듬뿍듬뿍 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인심도 좋고 다정한 할아버지가 큰일 낼 사람이라니.

또 할아버지는 엿장수 가위를 아주 잘 쳤다. 가위를 연주하는 음악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지만 어른들은 그 소리를 들으면 불안해지는 모양이었다.

 

요즘 동네에 나타난 고물장수 할아버지의 수상쩍은 행동으로 어른들이 걱정을 합니다. 고물을 산다고 하면서 주로 고장 난 장난감과 헌 동화책을 모으고 다닙니다. 동네 아이들한테 강냉이와 엿을 푸짐하게 퍼주고 심지어 공짜로 장난감을 주기도 합니다. 동네 아줌마들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애들한테 가까이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합니다. 그런데 주인공 빛이는 할아버지가 왠지 좋았고 졸졸 따라다니게 됩니다. 그 때문에 엄마한테 매도 맞았지만 할아버지는 정말 좋은 분입니다. 하루는 할아버지가 들어와 사신다는 뒷산 빈집에 갔는데 장난감과 책도 많고 아이들이 놀기에 딱 좋게 가꾸어 놓으셨습니다. 그 집이 너무 좋아 자꾸 놀러 가게 되는데 그러다가 일이 터집니다. 동네 어른들이 아이가 유괴되었다고 경찰에 신고를 한 것입니다.

 

세상인심이 워낙 사납다 보니 선의로 다가오는 사람도 의심을 하는 게 보통 우리의 모습입니다. 뿐만 아니라 걸핏하면 세상일이라는 게 호락호락 하지 않다고, 사납다 싶을 정도로 마음을 다잡도록 아이들을 다그칩니다. 성스러운 분을 만나고 감사하는 마음이 깃들지 않으면 나중에 아주 거칠게 안하무인으로 제 욕심을 채우기에 급급한 몰염치한 사람이 되어버리는데 그런 뒤에 뒤늦게 겸손한 자세와 이타심을 가르친다고 잘 되겠습니까. 오히려 더 심하게 반발하고 가르침이 가식이라고 비웃지 않을까요. 어른이 먼저 우리 곁에 있는 착한 분을 찾아 나서는 게 어떨까요. 그런 분과 친해지는 엄마 아버지가 곧 성스러운 분이 아닙니까.

 

21회 한국불교아동문학상 수상작

작품 전문

http://cafe.daum.net/kaocw/LSZs/64?q=%B1%E8%BF%B5%B8%B8%20%B5%BF%C8%AD%20%BE%EE%B8%A5%B5%E9%C0%BA%20%B8%F4%B6%F3%BF%E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