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클 때에는 선생님께서 가정방문 오시는 게 낯설지 않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함부로 가정방문 하면 안 됩니다. 아이가 부끄러워할 만한 어려운 가정 형편을 선생님이 아는 게 좋을까요, 모르는 게 좋을까요? 제 어릴 적 이야기 한 대목을 보여드릴게요. 그리고 올해 당선된 신춘문예 작품을 소개합니다. 많이 공감되기를 바랍니다.
...
그 날도 나는 붉게 상기된 얼굴로 열을 견디며 혼자 방안에 누워 있었다. 담임 선생님은 갑부 집 딸이라 늘 차림이 화사하기 그지없었고 이 시골 구석에서 교편을 잡고 있으면서도 코카콜라 중독이었다. 그런 예쁜 처녀 선생님이 얼룩덜룩 더럽기 그지없고 너덜너덜 해지기까지 한 외짝 방문을 열고 방구석에 누워 상체만 일으키고 있는 나를 들여다보고 있다.
"한수야"
"어! 선생님이 어떻게"
머릿속이 까맣게 되어 수치심마저 느끼질 못하는 순간이었다. 난 엉거주춤한 상태 그대로 굳어버렸고 선생님은 방문 앞 부뚜막에 돌아앉아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내기만 했다. 한참 정도가 흐른 것 같다. 나는 그제서야 지저분한 방안을 둘러보았다. 이부자리 곁에 널브러져 있는 더러운 걸레에 신경이 쓰였다.
<가정방문> 작품 감상
http://hankookilbo.com/v/5d702988c81843d1b3852ff7b8ca90d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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