論說

415 학교장 권한 강화 조치의 덫

체거봐라 2008. 5. 28. 11:03
 

415 학교장 권한 강화 조치의 덫 

  교육부가 일선 학교에 내려 왔던 29개의 지침을 모두 폐기하고 시도교육감이나 학교장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겠다는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이 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큰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정부는 권한을 대폭 이양하겠다는데 무슨 문제인가며 볼멘소리를 하는데 정작 권한을 이양 받아야 할 교육감과 학교장들마저 별로 반기지 않은 모습들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어떠한 의견 수렴 과정도 밟지 않고 추진 계획을 갑작스럽게 발표한 것부터가 문제였다. 서울시교육청이 교육과학기술부 정책 입안 과정에 깊이 개입했다는 후문은 교과부가 이런 혼란을 의도적으로 조장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혹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지역교육청을 없애기 위한 계획도 학교자율화 추진계획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이들 정책들을 통해 새 정부의 교육정책이 뚜렷한 경향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새 정부가 교육에 시장 논리를 끌어들일 것이라는 예상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대통령이 말한 ‘비지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는 금과옥조가 되어 교육에도 적용될 것이고 청와대 교육정책 입안자들은 학교를 기업처럼 운영하라고 다그치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자유롭게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철폐하는 것처럼 각종 교육행정 지침을 폐기하라는 것이다. 앞으로 학교장은 비용과 산출을 면밀하게 살펴 생산성 향상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이 재무제표를 공개하여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 유치를 꾀하듯이 학교는 서비스의 품질을 정확히 계량하여 낱낱이 공개하고 시장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이런 시장화의 혜택을 누가 얼마나 보느냐 면밀히 따져보지도 못한 채 ‘경제’, ‘자율’에 현혹되어 우르르 여기까지 떠밀려 온 건 아닌가. 학교장은 권한이 강화된다고 무턱대고 좋아할 수만은 없는 사정을 잘 알아야 한다. 몇몇 학교장은 명품 학교를 가꾸는 꿈에 부풀어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출혈경쟁으로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해 허덕거릴 게 뻔하다. 문제는 이런 과당 경쟁이 소비자에게 혜택으로 돌아가지 않는 데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시장화는 종국에 가서 독점의 폐해를 낳을 것이고 소비자인 학부모는 부풀려진 명품 이미지를 구매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독점 가격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학교장의 명품 비전과 학부모의 명품 구매 욕구가 불러올 학생의 학업 부담은 끔찍할 정도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자율이란 말인가.

2008.05 인천교사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