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화될 수 없는 감성교육
모든 게 상품화되는 시대에는 사람들이 경제동물이 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삶의 가치는 경제성 평가가 어려워 간과되기 쉽고 수량화할 수 있는 것들만 목표치로 자리 잡는다. 그러니 깨달음의 기쁨이나 더불어 사는 훈훈한 온정은 경쟁 우위에 서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교육의 목표에게 제외되거나 무시된다. 팔리는 것만 계산되는 GDP경제의 원리에 맞게 수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점수와 지수가 교육의 유일한 목표가 된다. 배우는 자는 인격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점수 획득의 노예로 전락한다. 획득한 점수에 따라 대금을 지불받는 것이 유일한 성취동기가 되어 버린다.
늙으면 꼭 강아지를 키워야 한다고 한다. 나이 들어 경제력을 상실하면 누구 하나 관심을 갖지 않으니 자신이 쓸모없게 느껴지고 자꾸 쓸쓸해지니 강아지한테라도 위로를 받기 위해서란다. 살벌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도록 가르쳐 왔으니 그렇게 배운 이가 경제동물이 되는 게 당연하고, 가르치는 이는, 열심히 가르쳐 봐야 무슨 소용인가 참 부질없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러니 뒷방 늙은이라도 차별 없이 늘 반겨주는 강아지라도 키워야 하는 것이다. 땀 흘려 일군 곡식이 농군을 빚더미에 앉게 만들듯이 우리가 심혈을 기울여 일군 교육이 괴물이 되어 우릴 잡아먹으려 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우린 왜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가. 오로지 돈 벌기 위해, 더 좋은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평생 일만 하다가 늙고, 나중에는 지친 육신과 서글픈 외로움만 덩그러니 남는다.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자본과 상품이 지구 구석구석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게 되어서 시골 구멍가게도 초국적 기업과 경쟁을 해야 하고, 살벌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으려고 그야말로 죽도록 일만 해야 하니 이건 사람 사는 게 아니다 싶은 게 당연하다. 원대(遠大)한 포부를 심고 경쟁력을 키우는 교육이 우리를 사람다운 삶에서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드는 건 아닌지 회의가 든다. 작고 가까운 것에 대해 살뜰하게 느끼도록 하는 교육이 참다운 교육이지 않은가. 상품화 될 수 없는 감성교육이 대안이다. 이 시대가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라고 요구한다.
인천교사신문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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