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씨네마

비욘드 사일런스 -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인식론

체거봐라 2008. 11. 28. 11:06

청각 장애인을 부모로 둔 여자 아이의 성장 드라마입니다. 장애인 이야기 하면
어떤 이야기가 떠오르싶니까. 아마 [나의 왼발]이 먼저 떠오르고 잇따라 [말아톤]이
떠오르겠지요. 모두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우리 나라 영화로 예를 들 수 있어서
뿌듯하기도 하고요.

 

이런 영화들이 관객에게 주는 메세지는 대체로 '불굴의 의지'이거나
'장애인에 대한 시선의 교정'인 경우가 많습니다. 장애인을 우생학적으로 접근하던
야만의 시대에 비해서는 한결 나은 사회가 된 건 분명합니다. 이제 사회와 국가가
장애인의 삶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이 상당히 확산된 것 같아요. 여전히 우리
일상 속에서는 구시대적 '격리 습속'이 잔존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심리를 비정상
또는 죄악시하는 정서가 많이 자리를 잡았지요.

 

닭은 질병에 걸리면 동료의 왕따(?) 때문에 죽는다고 합니다.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질병이 아니라 곁에 있는 동료 닭들의
집단적 공격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요. 좀 다르다 싶으면 따돌리고 병신 취급하는
건 개만도 못한 짓이고 그런 짓을 일삼는 것들은 닭대가리임이 분명하다는 얘기입니다.
명작 영화는 이런 비열한 짓을 교정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임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예술은 위대한 것이고요.

 

[비욘드 사일런스]는 장애인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앞에서
이야기한 장애인에 대한 비열한 선입견을 교정하는 그런 정도의 감동 스토리이기만
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예술에 대한, 아니 미학적 관점에 대한 모종의
문제 제기인 것 같기도 하고 삶의 본질적 의미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일단 청각 장애인을 부모로 두어 여러 모로 불편한 아이의 이야기라는
독특한 스토리도 그렇고 주인공이 시골에서 살고 있는 부모와 도시에서 살고 있는
고모 사이에서 방황을 하는 모습도 간단치 않습니다. 문론 장애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시골에서 소박하게 살고 있는 아빠의 순박하면서 한편으로는 완고한 삶의 태도와
도시적 감수성으로 무장한 매력적인 예술가 고모의 세련된 삶이 서로 갈등을 일으키면서
묘하게 얽히는 이야기는 이 영화가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를 안고 있고 단순치 않은
주제 의식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게끔 만듭니다.

 

저는 그렇게 봤습니다. 아직 장애인의
삶을 다루는 이야기들은 정상인(?)의 시선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비욘드 사일런스]는
정상과 비정상의 범주 자체에 대해 인식론적 접근을 시도한 경우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