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이야기 (If You Were Me: Anima Vision, 2005)
한국 | 가족, 애니메이션 | 72 분 | 개봉 2005.09.23
개인적으로 마지막 <사람이 되어라>를 자장 재미있게 봤습니다. 제가 교사이기 때문이겠지요.
꼭 학생들과 한번 봐야겠습니다. 학교를 그린 영화들이 한결같이 선생을 순 '미친개'로 그리는 것이
한편으로는 못마땅하고 한편으로는 시원하기도 한데, 이는 나 자신은 다른 부류라는 일종의
자만심과, 동시대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자연발생적으로 갖게 되는 동류의식이
그때 그때 다르게 적용되는 편리한 느낌인 게 맞을 겁니다. 이러나 저러나 찝찝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다른 부류라고 치부할 수 없는 것이, 이건 벌거벗은 임금님을 자처하는 우스꽝스러운 짓을 자인하는
꼴인 까닭입니다. 더불어 살지 못하고 고고한 학처럼 목아지를 뽑는 족속들이 우스꽝스러운 건
자신을 제외한 만인들이 너무나 잘 알게 되는 게는 삶의 이치이니까요. 각설하고 '먼저 인간이 되는 일'이 참
고단한 일인 건 외눈박이 마을에서는 두눈박이가 병신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배울수록
도둑놈이 되기 십상이고 도둑놈이 순진무구한 사람들을 타고 앉아 거들먹거리는 가치전도를
어찌할 수 없다고 푸념하며 저마다 속으로는 보다 높이 오르려는 꿍셈을 갖고 있는 짐승들 속에서
나혼자 부시맨처럼 천진난만하기는 참으로 고단한 일이잖습니까. 많이 좋아졌다고들 하지만
아직 학교는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도장이 아니요, 도리어 자연인을 무한에너지에 플러그를
꽂아야만 작동하는 기계짐승으로 변신시키는 공장이라는 생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얘기가 길어졌습니다. [별별 이야기]는 내 속에서 은밀하게, 그러나 나 스스로는 너무나 선명하게
느끼는, 형이상학으로 은폐된 가치전도에 한번쯤은 오바이트가 쏠리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주의할 점은 예술적 심미안이나 영화에 대한 조예, 디테일한 표현에 감동하는 비평가적 안목따위는
이야기 듣기에 별 도움 안 됩니다. 금자씨가 그랬지요. 니나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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