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씨네마

방중 특집 추천할 만한 성장 드라마 6 - 언더 더 쎄임 문

체거봐라 2009. 1. 26. 20:46

요즘 아이들의 성장통으로 제일 큰 골치거리가 뭘까요. 부모가 아이를 키우면서 고민을 제일 많이 할 때는 사춘기 무렵이 아닌가 싶습니다. 생리학적으로는 이 무렵에 전두엽이 발달하면서 고집을 부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사춘기가 되면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이 심각한 정도가 되는 게 보통입니다. 진화론적으로 13세, 15세 무렵에 새끼는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으로 인간은 적응해 왔다고 보는데 짝짓기를 할 정도로 성숙했으니  당연히 자립을 해야 하고 보통 대부분의 동물은 새끼가 짝짓기가 가능해지면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새끼를 떨쳐내려고 합니다. 인간만 이 나이가 되어서도 부모로부터 자립을 하지 못하니 부모 자식 간에 갈등이 생기는 건 지극히 당연합니다. 인류의 문명이 자연의 섭리와 잘 맞지 않는 행동 패턴을 만들어내는 바람에 크는 아이나 기르는 부모나 보통 고역이 아닙니다.

 

우리 교육도 이런 연유로 합자연적이지 못하고 온갖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제일 좋은 것은 사춘기 무렵에 자립할 수 있도록 문화 기제가 개편되는 것인데, 안타깝지만 이런 생각이 현실화되는 건 어림도 없는 줄 잘 압니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요즘 아이들이 이상한 게 아니고 우리 문명이 자연의 섭리로부터 너무 멀어졌다는 것입니다. 희랍시대의 어른들도 젊은이들이 너무 철없다고 걱정들을 많이 했다는 걸 보면 인간의 이성이 이 모든 교육 문제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다음 세대를 가르치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가르쳐야 할 지식의 양이 많아질수록 점점 더 교육 기간이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문명사적으로 우리가 이렇게 많이 배우는 게 바람직한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의 고민이 근본적으로는 인류 문명의 지식 과잉에서 기인하다고 아는 것이 당장 자식 때문에 억장이 무너질 것 같은 고민을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잘 압니다. 뭔가 실용적인 방법을 찾고 있을 것입니다. 감동적인 소설이나 영화 작품을 감상하도록 할 것을 권해 드립니다. 그런데 작품은 가급적 성장의 아픔을 주제로 한 것이면 좋습니다. 그리고 감동적 이야기는 대부분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눈시울을 적셔본 경험은 성장기의 혼란을 견디어 내는 가장 좋은 경험이라고 봅니다. 연민을 불러 일으키는 불쌍한 아이의 이야기를 잘 고르기만 한다면 고민의 상당 부분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번 방학에 추천해 드리는 작품은 제가 일일이 감상을 하고 아이들에게 보여줘서 검토를 한 작품입니다.

 

[같은 달 아래]는 멕시코에서 만든 작품입니다.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제 전략에 의한 사회 변동을 겪고 있는 나라로 한국과 멕시코는 유사한 점이 참 많습니다. 아이들의 사춘기 성장통과 신자유주의가 무슨 상관인지 의아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차근차근 살펴보면 세계 경제 질서의 변화는 우리 교육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칩니다. 격심한 경쟁과 세계화가 학교를 급속하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로 인해 아이들은 더 심각한 성장통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창 자주적인 세계관을 탐색할 나이에 부모의 경제력에 기반한 학력 경쟁의 마당에서 사육(?)되다시피 하는 아이들의 압박감은 엄청납니다. 한글을 막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영어 공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보면 이런 거시적 문제의식이 비약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 교육은 이미 부를 세습시키는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것을 싫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비이성과 착란이 인간성마져 유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참담하기 그지 없지만 그렇다고 속수무책이라고 포기를 할 수는 없습니다. 근본을 뒤집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겠지만 지금 이 순간도 아이들은 자라고 있으니 근본 타령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자신이 겪는 고통과 혼란을 그대로 비춰주는 것부터 해야 한다고 봅니다. 어른들은 자식이 허황된 이야기에 빠지는 것을 걱정합니다. 교육을 통해 계층 상승하는 것은 지독하게 허황된 이야기입니다. 이제 우리 교육은 개천에서 용을 낼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교육에 경쟁적으로 몰입합니다.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교육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합니다. 오히려 아이들을 몰인정한 자판기로 만들어 버립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더 늦기 전에 아이들의 인간성과 정서를 위해 배려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현실들은 현실에서 벗으나려고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사실 어른도 마찬가지이지요. 현실이 갑갑할 때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래서 흔히 아이들은 환상적인 이야기, 환타지를 좋아합니다. 어른들이 보기에 저런 황당한 이야기가 뭐가 재미있을까 싶은데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는 아이들이 환상에 빠지는 건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현실을 제대로 보도록 만드는 일은 참 어렵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아이들이 현실에서 무조건 벗으나려고 하고 현실을 직시하기 싫어 한다고 보는 어른들의 시각은 일부만 맞습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현실과 아이들이 직면한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른들은 흔히 어른 자신이 본 현실이 아이들 눈에도 보일 것이라고 착각을 하는데 이런 몰이해가 아이들의 현실감을 더 떨어지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현실이란 무엇일까요. 어른들처럼 경제적 문제와 직결될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이 아이들이 직면한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착각입니다. 아이들게게는 그들 나름의 현실이 있지요. 어른들은 내가 어렸을 때에는 이러 저러 했노라 생각을 하는데 이런 생각도 착각의 일종입니다. 기억이라는 게 현제의 관점으로 재구성되거나 변형된 과거인 경우가 많거든요. 공부해야 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어떤 문제로 고민하고 고통을 받고 있는지 알지 못하면서 아이들 앞에서 현실 운운 하는 것은 아무 쓸모도 없는 그냥 잔소리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성장소설을 읽고 성장드라마를 봐야 합니다. 이런 성장소설 성장드라마도 사실은 어른의 눈으로 본 아이들의 세계라서 한계가 있긴 하지만 나름대로 성장기 아이들의 내면에 대해 전공을 한 분들이니 도움이 됩니다.

 

[언더 더 쎄임 문]은 세계화 시대의 노동시장 개방과 한국 사회의 사회변동 문제를 아이의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만드는 좋은 드라마입니다. 미국에 불법체류하는 멕시코 노동자들의 애환을 아이들이 자신이 맞닥뜨린 현실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우리 나라에는 많은 외국 노동자들이 들어와 있고 많은 한국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외국 유학을 경험합니다. 세계화가 아이들의 일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를 아이들의 시각으로 형상화 한 작품을 찾기가 어려운데, [언더 더 쎄임 문]은 우리에게 좋은 기회를 마련해 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