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보는 2010년 지방교육자치 선거
2010년 6월 2일, 다섯 번째 지방선거가 전국에서 동시에 실시된다. 교육자치 선거도 함께 실시된다. 유권자는 시장, 시의원, 비례대표시의원, 시교육감, 시교육의원, 구청장, 구의원, 비례대표 시의원까지 모두 8명을 동시에 뽑아야 한다. 이번에 실시되는 지방교육자치 선거는 이전과 제도가 많이 달라졌다. 일반 지자체 선거와 동시에 진행되고 주민 직선으로 교육감과 교육의원을 선출하게 된다.
지방교육자치 선거 제도가 이렇게 바뀐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우선 교육 재원을 모든 국민이 분담하는 만큼 간선제는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리고 학교운영위원만 투표권을 갖는 종전 제도로는 학부모와 지역민 전체의 의사를 제대로 담을 수 없다는 지적이 계속 있어 왔고 실제로 지난 선거를 치루고 나서, 정책은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인맥을 동원한 줄세우기가 만연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선제를 도입하고 교육자치를 일반자치에 통합했지만 변화된 제도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행 지방교육자치법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이다. 이전 제도에서도 시교육위원회의 시의회 종속 문제가 자주 불거졌는데 바뀐 제도에서는 교육의 자주성이 아예 실종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교육감을 시장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하게 하자는 법개정안이 거론되기도 했고 실제로 선거가 실시되면 시장 후보를 공천하는 정당이 교육감 후보를 내천(內薦)하거나 지지를 표명할 가능이 농후하다. 그렇게 되면 교육 문제가 정치적 이슈에 묻힐 가능성이 있다. 일부 정치 세력에 의해 정략적으로 교육 문제가 다뤄지는 현재 상황을 보면서 이런 선거 양상이 우리나라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을 아니 할 수 없다.
최근 국무회의는 직선제, 정당공천 배제, 정당 경력 제한을 골자로 하는 지방교육자치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는 직선제 도입과 동시 선거, 교육위원회의 시의회 통합으로 인해 크게 약화될 우려가 있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평가되며 국회에서 큰 수정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다음 선거가 교육 관료 집단의 줄세우기 구태를 어느 정도 벗을 수는 있겠지만 정치 집단의 세력 다툼에 가려져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교육계의 지도자로 뽑히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 제도가 우리 공교육을 실질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실력 있는 대리자를 뽑는 데 기여할 수 있는지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자식 교육 문제로 겪고 있는 고통을 분명히 표현해 위정자들의 각성을 이끌어내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선거를 실현시키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가 고통스럽게 짐 지고 있는 교육비 부담, 비인간적인 교육 현장, 일할 기회를 박탈당한 청년 실업 등 우리 삶을 옥죄고 있는 문제들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교육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폭넓게 얘기되고 이해되어야 한다. 지난 서울시 교육감 선거와 경기도 교육감 선거는 이런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과열 양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지는 않았지만 우리 사회가 이때만큼 교육 문제로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던가. 그런 점에서 교육자들에게는 실로 감격스러운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승패를 떠나 우리 공교육이 어떤 중병에 걸려 있는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좋은 기회였던 것은 분명하다.
우리 공교육이 지금 심각한 위기 상태라는 것을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지난 1년만 대충 훑어보아도 쉽게 알게 된다. 영어몰입교육, 실시된 지 1년도 못가서 다시 바꾼 대학 입시제도, 전국적인 일제고사, 4.15 학교 자율화 정책, 국제중 설립 인가 등의 정책은 극심한 경쟁을 불러왔다. 초등학생까지 입시 경쟁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되었으며 사교육비는 급격하게 늘어났다. 학생 자치문화의 실종이나 학생들의 인성 파괴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한가한 사람이나 하는 넋두리로 치부되고 만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공부라면 치를 떨면서 오로지 이기기 위해 비정한 점수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참상을 바라보는 일은 너무 고통스럽다. 배우는 기쁨 가르치는 보람은 구두선에 불과하다.
지난 1년은 정부의 정책 기조가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지배하게 되는지 분명하게 알게 된 한 해였다. 또한 한 번 선택하면 싫어도 돌이키기 어렵다는 사실도 뼈저리게 경험했다. 잊지 말아야 한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온갖 감언이설이 난무하며 우리 시야를 흐릴 것이다. 자칫하면 속을 수 있다. 나의 한 표가 뭐 그리 대수일까 싶은 안이한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후과가 얼마나 혹독한지 잘 배웠다. 한 번으로 족하다.
2009년 9월 [인천교사신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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