論說

김병권 새사연 부원장 강의 뒷얘기

체거봐라 2008. 11. 28. 18:26

미국의 모기지론 부실이 실물경제를 위축시킬 만큼 파급력이 큰 게 보통 사람들에게는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냥 미국이 침체를 넘어 불황의 늪에 빠져들고 있고, 미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당연히 세계 경제가 휘청거릴 것이고 우리 나라는 예외가 아닌 정도가 아니라 직격탄을 맞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들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미국이라지만 한 나라의 주택 담보 대출 여신이 부실하여 이웃 나라의 경제가 휘청이는 건 상식적으로 좀 말이 안 된다. 건설 경기가 위축될 수는 있겠지만 견설 부문이 전체 경제를 좌우할 만한 파급력이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김 부원장은 파생상품의 남발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2000년대에 들어와 세계 금융시장 총매출 규모가 실물 경제 총생산의 약 세 배에 달한 것은 심각한 금융 거품을 단적으로 드러낸다고 본다는 것이다. 그런데 파생상품이 엄청난 수익을 낸다는 평가가 일파만파로 번졌고 너도 나도 파생상품 개발 취득에 뛰어든 게 문제였다. 미국의 금융 천재들이 개발한 파생상품은 전세계로 팔려나갔다고 한다. 이렇게 만든 파생상품 판매로 거두어들인 수익은 상상을 불허한 만한 규모인데 단적으로 잘 나갈 때 투자회사의 매니저 중에는 연봉이 1000만 달러가 넘는 사람이 수두룩 했다고 한다. 상상이 됩니까? 1000만 달러면 우리나라 돈으로 100억 원입니다. 허걱.....

 

엄청난 수익률을 내니 은행들도 투자회사를 자회사로 차려 파생상품을 취급하게 된다. 이런 미국의 금융계를 바라보는 다른 나라 사업가들의 생각이 어떠했을까. 당연히 부러웠겠지요. 우리도 저런 상품 만들어 팔고 싶다는 생각을 당연히 하겠지요. 그럴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은 잘 팔리는 파생상품을 사뒀다가 비싸게 팔아서 수익을 챙기려고 들겠지요. 우리 나라에서도 큰 은행들이 미국의 모지리론과 연동된 파생상품을 상당한 규모로 사들였다고 한다. 어느 은행이 당했는지는 곧 떠들썩하게 세상에 알려지겠지요.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정부가 선전했던 '금융허브'는 바로 이런 고수익 금융상품을 팔고 싶은 욕심을 드러낸 것이고 보면 정확하다. 얼마나 좋습니까. 공장 짓고 고용하고 환경 부담 물고 하는 갖은 골치 아픈 일이 널려있는 실물경제와 비교하면 이 얼마나 매력적이 사업입니까.

 

거품은 거냥 거품이다. 산업화 초창기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공황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금융공황은 파급력에 있어서 실물경제의 공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력이 크다. 경제 시스템이 한꺼번에 망가지는 것은 당연하고 이런 금융 위기가 극소수의 지배자들에 의해 쉽게 조종된다는 점에서 그 위험성은 실로 엄청나다. 많은 학자들이 신자유주의의 파괴력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니 그 실상이 멀지 않아 밝혀지겠지만 대체로 금융 부실과 연쇄적 도산, 그 뒤를 따르는 금융 질서 재편이 미리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되고 있고 이런 일은 어떤 세력의 헤게모니 극대화를 위해 구상된다는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 바로 이 점에서 그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항구적인 컨트롤 파위를 유지하려는 사람은 당연히 이런 금융 메카니즘을 이용하려고 할 것이다. 바로 '금융허브'를 의미한다. 이제 '금융허브'를 국가 발전 전략으로 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피괴적 발상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는 아무 것도 아니다. 21세기의 빅브라더는 바로 금융이었던 것이다. 우리 나라가 선진국이 되어야 한다고 꿈꾸는 위정자들이 내세운 발전 논리가 사실은 이런 사악한 이면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747'은 그 비극의 확대재생산을 불러오고 있다고 봐야 한다. 심각하게 따져봐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고 있다. 우리 나라는 이미 내수 시장만으로는 경제 성장의 한계에 도달한 게 아니냐고 묻는다. 우석훈의 [촌놈들의 제국주의]는 이런 경제적 정황을 지적한다. 길은 어디에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