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강 ; 아름다운 의지의 표상, 간디의 [아힘사]
마음 속에 뜻을 세기고 그 뜻에 따라 행하는 것을 ‘의지(意志)’라고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여러분은 직접 고행(苦行 ; 고통스러운 행위)을 체험하면서 마음먹은 대로 실천에 옮기는 게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이 있듯이 마음을 다져 먹어도 금방 흐지부지 되고 마는 일이 참 많습니다. 우린 늘 이런 일로 해서 자신에 대해 실망하곤 합니다. 그러니 불굴의 의지를 가진 이를 보면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어떤 사람보다 의지가 강한 사람이 위대해 보이는 건 우리의 이런 나약함 때문일 것입니다. 똑똑한 사람, 재주가 많은 사람도 부럽지만 의지가 강한 사람만 못합니다. 왜 그런지는 앞으로 천천히 얘기해 봅시다. 지금은 불굴의 의지를 가진 위대한 사람의 삶을 구경해 보도록 합시다. 역사에 기록된 위대한 성현들은 모두 대단한 의지를 가진 분들입니다. 오늘은 그 분들 중 한 분인 ‘마하트마 간디’의 삶을 구경해 보도록 합시다.
물레를 돌리고 있는 간디
간디가 살았던 시대에는 그의 조국 인도가 영국의 지배를 받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일본에게 국권을 빼앗겼던 때가 있어 인도가 어떤 서러움을 당하고 살았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인도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독립했고 독립기념일도 8월 15일로 우리나라와 같습니다. 인도는 비폭력 무저항 운동으로 독립을 이루어내었는데 우리나라의 3.1운동도 비폭력 무저항 운동이었습니다. 간디의 비폭력 무저항 운동을 살펴보면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위대한지 잘 알 수 있게 됩니다. 간디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무기도 없이 적 앞에서 가슴을 드러내고 죽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강한 군인이다.” 어떻습니까? 여러분은 이 말에 공감할 수 있습니까? 아마 그런 헛된 죽음이 어디 있냐고 의아해 할 것입니다. 그렇게 죽으면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저도 여러분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맞서 싸워보지도 못하고 죽어버리는 건 정말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간디는 그렇게 헛되게 죽는 사람이 가장 강한 군대요, 그런 비폭력 무저항이 인류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합니다.
간디의 비폭력 무저항이 얼마나 무섭길래 영국이 결국 항복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는지 차근차근 따져봅시다. 우선 영국이 인도를 지배하면서 무슨 이득을 보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누군가 폭력을 행사할 때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영국이 인도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군대를 파견하는 등 상당한 비용을 감수해야 합니다.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이득이 커기 때문에 약소국을 짓밟는다는 욕을 얻어먹으면서 인도를 지배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여러분에게 누군가 폭력을 행사하려 들면 그 폭력으로 인해 어떤 이득을 얻으려고 하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얻는 이득에 비해 감당해야 할 위험성이 크다면 폭력을 행사하러 들 이유가 없겠지요. 인도의 경우를 분석해 봅시다.
영국은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이기고 바다를 장악하게 되었고 이 제해권(바다를 지배하는 힘)을 이용한 삼각무역을 통해 엄청난 이익을 거두어들입니다. 삼각무역의 수익률은 300%까지 되었다고 합니다. 엄청나지요. 총이나 술을 배에 싣고 아프리카로 가서 노예와 바꿉니다. 노예를 싣고 아메리카로 가서 설탕과 바꾸고 설탕을 싣고 다시 유럽으로 되돌아와 되팝니다.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유럽을 삼각으로 묶는 무역이었지요. 쉽게 말해 1억을 투자해서 1년 4개월 정도 항해를 해서 되돌아오면 4억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정도의 이익을 얻을 수 있으니 자본가들이 다투어 노예 장사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프리카에서 산 노예를 배에 싣고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에 도착하면 노예들 중 열에 한 둘 꼴로 죽었다고 합니다. 아래 그림처럼 최대한 많이 싣기 위해 배 선창에 차곡차곡 묶어 운반했는데, 이러니 항해 중 10~20% 가량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독일 시인 하이네의 <노예선>이라는 시작품을 보면 흑인 노예에 대한 서구인들의 사고방식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독일의 지성을 대표하는 작가가 이런 시를 썼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당시 유럽인들의 인종에 대한 편견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었지요.
노예선 바작의 모습 그림
“고무도 좋고 후추도 좋다. 300자루에 300통. 사금도 있고 상아도 있다. 하지만 검은 상품이 더 좋다. 나는 세네갈 강 가에서 검둥이 600명을 값싸게 사들였다. 내가 준 것은 포도주와 렌즈와 강철 제품뿐. 그것으로 8배의 이익이 남는다. 만약 검둥이가 절반만 살아남는다 해도.” 하인리히 하니네의 <노예선>
영국인들은 인도와의 가공무역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얻고 있었습니다. 값싼 인도인의 노동력을 이용해 면화를 생산하고 이 면화를 본국으로 가져가 옷감을 생산합니다. 다시 이 옷감을 인도에 되팔았던 것이지요. 영국에게는 큰 이익을 가져다 주는 사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인도는 이러한 불공정한 무역을 통해 점점 가난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면화를 싼 값에 판 돈으로 비싼 옷을 사 입었으니 점점 가난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간디는 영국산 옷을 사서 입는 한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스스로 물레를 돌려 실을 잦고 그 실로 옷을 지어 입었습니다. 인도 국민들에게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려면 영국 옷을 벗어버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간디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생각해 봅시다. 상품을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구속되고 자유를 잃게 된다는 그의 가르침으로 우리의 생활을 비춰 봅시다. 더 좋은 제품, 더 유명한 제품, 더 비싼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고, 일하면 할수록 점점 더 구속되고 자유를 잃게 되는 건 아닐까요? 간디가 가르친 것처럼 진정 자유롭기 위해서는 허영과 욕망을 태워버려야 하는 게 아닐까요. 그렇게 하려면 나의 욕망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하고 헛된 욕망을 이겨내려면 의지가 강해야 합니다. 이런 의지는 나 하나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방을 가져다 주니 이보다 더 아름다운 의지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니 위대한 정신 마하트마 간디의 ‘아힘사’만큼 아름다운 의지도 없다고 하겠습니다.
참고
인도 해방의 지도자 간디의 삶을 다룬 영화 [간디]
노예선의 선상 반란을 다룬 영화 [아미스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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