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골먼의 강의를 직접 들을 기회를 갖는 건 어려울 겁니다. 대니얼 골먼이 누구냐구요? EQ(감성 지능)라는 말을 처음 썼던 사회심리학자입니다. EQ는 더러 들어봤을 테지만 SQ(사회 지능)는 아마 낯설 겁니다. 요즘 이 말을 모르면 무식하다는 소리 들을 수 있습니다. EBS에서 방송한 뒤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정글법칙(경쟁과 도태의 원리)에 대한 안티 테제로서 아주 유력한 개념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랑과 행복을 소망하는 우리 모두에게 아주 쓸모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도 합니다. 누군가가 너무 미운 사람, 누군가를 너무 짝사랑하는 사람은 이 이론을 배우기를 권합니다.
대니얼 골먼의 강의를 TED 사이트에서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TED 재단에 대해 들어 보셨나요? 이 재단이 표방하는 가치가 참 놀랍습니다.세계적으로 유명한 인사의 강의를 녹화하여 전세계 누구나 웹사이트에 접속하여 볼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을 하냐구요? '세상을 바꿀 힘을 가진 아이디어를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함께 나누기 위해서'랍니다. 그 선의(善意)에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TED에 공개된 강의은 각국 언어로 번역이 되는데 한국어로도 그때 그때 번역이 됩니다. 순전히 자원봉사로 이루어지는 일이랍니다. 대니얼 골먼의 짧지만 정곡을 찌르는 강의도 TED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필자는 IQ, EQ, SQ를 지(知), 정(情), 의(意)로 이해해도 무방하다고 언제 한번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인간의 마음 또는 두뇌의 역할은 크게 지성, 감성, 의지로 나눌 수 있는데 지성은 판단력, 정서는 동정심, 의지는 실천력으로 이해하면 쉬울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가 너무 총명한 아이를 기르기 위해 몰두하는 바람에 감성지수, 도덕지수가 낮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이건 참 걱정스러운 세태입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제가 제일 걱정하는 게 바로 이 문제입니다. 지적 성취에 무한한 관심과 집착을 보이는 아이들이 남과 공감하거나 배려하는 마음이 거의 없는 모습을 보면 참담한 생각마져 듭니다. 이게 어디 아이들만의 잘못이겠습니까. 어른들이 아이들을 그렇게 길러온 것이거든요. 이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면 어떻게 될까요.
대니얼 골먼은 감성지수가 극히 낮은 인간형을 셋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들으면 놀랄 겁니다. 타인과 공감하지 못하고 도덕지수가 많이 낮은 인간형은 크게 나르시스형, 마키아벨리형, 사이코패스형으로 나눈다고 합니다. 요즘 아이들이 대부분 나르시스형의 정서 빈곤 상태이라는 걸 짐작하실 겁니다. 이 유형은 사랑과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자란 아이들에게서 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칭찬 즉 명예만을 좇아 타인의 감정에 무관심해진 상태에 있는 사람이 바로 나르시스형입니다. 인간의 공감 능력은 천부적으로 타고 난다고 합니다. 아기들은 엄마의 표정을 그대로 모방하면서 공감 능력을 자연스럽게 습득하는데 나르시스형은 타인과 자신 사이를 거울로 막아 자신만을 바라보는 유형입니다. 우리 주변에 이런 정서적 이상증세로 불편을 겪고 있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마키아벨리형이나 사이코패스형은 더 끔직한 유형이란 건 말 안 해도 잘 알겁니다. 다시 말해 끔찍한 범죄인으로 알고 있는 싸이코패스형이나 나 자신이 속하는 나르시스형이나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기는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내가 사이코패스일 수 있다는 건 수긍하기 정말 어렵습니다.
이제 내 심리가 어느 정도로 문제가 있는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나의 감성지수는 어느 정도일까요? 나는 얼마나 도덕적인 사람일까요? 감성지수 평가 요소를 말하기 전에 먼저 '도덕'에 대해 살펴봅시다. 저는 도덕(道德)을 실척력으로 해석합니다. 한자 파자(破字)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道는 머리(首)와 가다(辶)가 결합한 글자입니다. 德은 걷다(彳)와 곧다(直)와 마음(心)이 결합한 글자입니다. 두 글자에 다 행하다는 뜻의 글자(辶, 彳)가 들어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머리로 판단한 대로, 마음 속의 뜻(의지) 대로 행함(실천)을 의미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도덕은 곧 실천입니다. 저는 실천을 습관이라고 더 쉽게 이해하고자 하는데 이는 다음에 다룰 기회가 있을 겁니다. 감정지수와 도덕지수를 합친 것이 SQ(사회지능)으로 보면 됩니다.
감성지수와 도덕지수를 측정하는 과학적 방법이 많겠지만 너무 전문적이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면 좋겠습니다. 저는 간단한 요령으로 다음과 같은 방법을 권하고 싶습니다. 심리적 교감이란 게 그렇게 복잡한 메카니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게 아니란 것이 이미 심리학 임상실험을 통해 증명되었습니다. 간단합니다. 우리는 행복할 때 웃음 짓는다고 알고 있는데 사실은 그 반대로 웃으면 행복해진다고 합니다. 사랑에 빠지는 것과 가슴 두근거림의 상관관계를 규명한 실험도 유명합니다. 우리는 사랑에 빠지어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아니라 가슴이 두근거려 사랑에 빠진다는 겁니다. 아찔한 구름다리를 건넌 뒤에 포로포즈를 더 쉽게 받아들인다는 카필라노 계곡의 실험은 우리 감정의 실체가 의외로 단순하다는 걸 보여 줍니다. 이런 심리학적 연구 결과를 적용해 보면 의외로 간단한 방법으로 나의 감성지수를 평가하거나 감성지수를 높일 수 있습니다. 간단한 방법은 바로 상대의 표정을 그대로 흉내내는 것입니다. 그가 웃으면 같이 미소 짓고 그가 슬퍼하면 같이 슬픈 표정을 짓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다른 사람과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이 차츰 길러진다고 합니다. 크든 작든 사회 집단 속에서 유능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의 표정을 잘 읽고 공감해 주는 사람이랍니다. 이런 사람이 행복하고 남에게 행복감을 전한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이 SQ가 높은 사람입니다.
이제 좀 구체적으로 살펴 봅시다. 사회지능을 이루는 요소로 자아인식 능력이란 것이 있는데 그냥 쉽게 잘난척 하지 않을 수 있는 절제력을 의미한다고 보면 됩니다. 자신이 어느 정도의 사람이란 걸 스스로 알기는 참 어렵습니다. 그러니 남 앞에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 않습니다. 재주가 있고 성실한데 겸손하기까지 한 사람이 자아인식 능력이 높은 사람입니다. 뽐내기를 좋아하고 약속을 잘 잊으며 자기를 몰라 준다고 짜증을 내는 사람은 자아인식 능력이 낮은 사람입니다. 두번 째 요소로 자기통제 능력은 화내거나 짜증내지 않을 수 있는 절제력을 의미합니다. 버럭버럭 화내는 사람과는 정서적으로 교감하기 어렵다는 건 뻔한 얘기이니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합니다. 미끼를 주어 유혹하거나 무섭게 하여 강압하기보다 동기부여를 하여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따르도록 하는 능력도 한 요소입니다. 자기 말만 장황하게 하고 남의 말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거나 남의 생각의 헛점을 찾으려고 드는 사람이 타인과 교감하기 어렵다는 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감성지수가 높은 사람은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고 함께 아파하고 기뻐합니다. 이런 능력을 감정이입 능력이라고 합니다. 이런 요소들이 나의 감성지수를 이루는 것들입니다.
아주 복잡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이건 논리적으로 분석해서 규명될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타인과 마주하면 순간적으로 느낌을 받습니다. 이런 식으로 논리와 이성적 판단 이전의 직관적 느낌은 'low road' 신경망으로 전해진다고 합니다. 자기 중심적인 사람은 이 순간에 벌써 감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타인에 대해 판단해 버립니다. 그리고는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지요. 다른 사람의 아픔에 대해 동정심을 갖는 사람, 타인의 행복을 함께 기뻐해 주는 사람은 어떨까요? 귀를 기울여 듣고 맞장구를 치거나 함께 눈물 짓겠지요. 그 뒤는 저절로 됩니다. 상대는 내 말을 잘 들을 테니 말입니다. 이런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고 행복을 전파시키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결단력과 추진력을 갖춘 사람을 유능한 사람이라 여기고 아이들도 그렇게 기르려고 합니다. 그러니 평가하고 계산하는 지적 신경망 'high road'만 잘 발달한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과 함께 있는 걸 싫어하면서 살아남기 위해 그렇게 길들여져야 한다니요, 이 일을 어쩌면 좋습니다.
'論說'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학적 지식과 종교적 믿음은 서로 대립하는가? (0) | 2011.07.30 |
---|---|
고집(固執)과 의지(意志)는 어떻게 다른가? (0) | 2011.05.30 |
7강 ; 아름다운 의지의 표상, 간디의 [아힘사] (0) | 2010.10.29 |
6강 ; 극기 훈련 - 의지란 무엇인가 (0) | 2010.10.25 |
5강 ; 미적 범주 - 골계미(滑稽美) (0) | 2010.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