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에게 우정(友情)이란?
은진중학교 시절 뒷줄 가운데 문힉환, 오른쪽 윤동주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운 한국 현대사의 거목(巨木) 장준하 선생과 문익환 선생이 윤동주와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다는 것을 알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세상에 이런 우정이 또 어디 있을까,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윤동주와 문익환은 간도 명동촌에서 같은 해에 출생했으며 명동소학교를 같이 다닌 동기 동창이고 장준하는 평양 숭실중학교 다닐 때 만나 셋은 같이 어울려 지내며 우정을 쌓았다.
세 친구는 비슷한 시기에 일본 유학을 갔고 일제의 전시동원체제가 극심해질 때 윤동주는 고종사촌 송몽규와 함께 투옥되어 사망했다. 장준하는 일본군에 징집되었다가 바로 탈출하여 광복군을 찾아간다. 문익환은 자퇴한 뒤에 귀국하여 목사가 된다.
장준하는 해방이 되고 김구 선생과 같이 입국하여 건국 사업에 참여한다. 이승만 독재에 맞서 ‘사상계’라는 월간지를 발행하며 자유언론 투쟁에 앞장섰고 박정희 정권 때에는 아홉 번이나 감옥에 붙잡혀 들어갈 만큼 부단히 독재 권력에 맞서 싸웠다. 유신체제가 들어서고 얼마 안 있다가 1975년에 의문사 당한다.
문익환 목사는 친구 장준하가 의문사 당한데 대해 격분하여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고 1989년에는 통일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바치겠다는 각오로 북한을 방문하여 김일성과 회담하고 돌아와 투옥된다. 이들 세 친구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돌아보면 윤동주의 순결한 정신이 고독한 자아성찰 수준에 머물렀던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순수한 내면은 진실한 관계로 이어지고 그렇게 맺어진 우정이 곧 위대한 민족혼이라는 것을 깨우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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