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스토리텔링

영화로 공부하는 철학 - 긍정심리학 [예스맨]

체거봐라 2021. 3. 18. 14:04

매사 부정적인 시각으로 봐 버릇 하면 될 일도 안 된다. 긍정적으로 임하면 스트레스도 줄고 주변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도 있으니 일이 잘 될 가능성이 많다. 뭐든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긍정적인 마음 자세에 대한 교훈은 여러 번 들어봤을 것이다. 조엘 오스틴 목사의 [긍정의 힘]이라는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모으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맞아, 매사 부정적이고 남 탓만 하고 있으면 될 일도 안 되지.’ 되뇌면서 반성을 하게 된다. 긍정 마인드를 갖도록 노력해야겠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세상사 마음먹기 달렸다고 옛 성현들도 말하지 않았던가. ‘긍정심리학’ 하면 아들러를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으니 꼭 읽어 보기를 권한다.

 

아들러 심리학을 쉽게 공감하게 하는 책으로 [미움받을 용기]도 주목을 받았다. 아들러 심리학의 대가 ‘기시미 이치로’와 작가 ‘고가 후미타케’의 공동 저작으로,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 형식으로 되어 있어 소설을 읽는 것처럼 복잡한 심리학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아들러 심리학의 요지는 인간의 행동은 과거의 아픈 상처, 트라우마에 의해 지배받기보다는 현재의 욕구와 미래에 대한 목적의식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목적의식이라는 것이 남의 인정을 받기 위해 안달하는 쪽으로 작동하게 되면 나 자신을 잃게 될 위험성이 있다고 한다. 남의 평가에 대해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자기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미움 받을 용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다른 사람 시선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 자기중심적일 거라고 보통 생각하는데 아들러는 인정욕구가 강해 항상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사람이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라고 한다. 남의 시선을 예민하게 신경 쓰는 사람이 남 탓을 하게 마련이고 타인과 나 자신을 분리하고 저마다의 세계를 인정하는 사람은 남 눈을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 남 탓할 일도 없다는 것이다. 남 탓만 하면서 결국 외톨이가 되어 버린 불쌍한 사람이 어떤 계기로 긍정적이 마인드를 갖게 되면서 인생이 180도 변하는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져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다. [긍정심리학]이나 [미움 받을 용기]같은 책을 한번 읽어보면 참 좋겠는데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은 사람은 먼저 이 영화 작품을 감상하는 게 좋을 듯하다.

 

주인공 ‘칼’은 매사 부정적인 사람이라 친구들과도 멀어지고 이혼까지 한다. 직장 생활도 너무 따분하고 점점 더 무기력해져서 해고될 상황에 처했다가 우연히 옛날 친구를 만나 예스맨 강연을 소개받는다. 청중을 압도하는 강사는 어떤 경우에도 절대 “No”라고 거절하지 말고 “Yes”로 화답하며 그대로 행할 것을 자신과 약속하라고 열강을 한다.  “여러분 인생에 ‘Yes’를 초대하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Yes’라고 말하면 세상은 ‘Yes’로 화답할 것이고 그럴 때마다 당신은 가능성을 포착하게 됩니다. 인생의 에너지를 모두 빨아들이고 쓰잘데없는 걱정거리는 다 방출하시는 겁니다.”

 

 

[예스맨] 강연 장면

 

‘칼’은 처음에는 좀 어색했지만 자기도 모르게 강연에 빠져들게 되고 강의가 끝나 강연장을 나서면서 시험에 들게 된다. 노숙자가 무임승차를 부탁해서 마지못해 부탁을 들어줬는데 핸드폰을 빌려가서 방전될 때까지 통화를 하고 차에서 내릴 때에는 돈까지 꿔달라고 한다. ‘Yes Man’이 되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한번 가는 데까지 가보자는 심산으로 부탁을 다 들어준다. 불행은 겹쳐 온다더니만 노숙자를 내려주고 차를 돌리는데 그만 차 연료가 바닥나고 만다. 폭발할 것 같은 짜증을 꾹꾹 누르고 투덜거리면서 연료통을 들고 주유소까지 걸어간다. 그런데 이게 웬 행운인가. 스쿠터를 탄 묘령의 아가씨가 주유소로 들어오고 둘 사이에 묘한 느낌이 통한다. 아가씨는 스쿠터에 ‘칼’을 태워 자동차 있는 곳까지 데려다 준다.

 

 

그날 이후로 ‘칼’은 생활 태도가 바뀐다. 늘 웃는 얼굴이고 매사 긍정적이다. 그전에는 홍보 전단 돌리는 사람을 본체만체 지나쳤는데 그날 이후로는 활짝 웃어주며 전단지를 받는다. 선한 마음을 하늘이 알아주는지 좋은 일도 자꾸 생긴다. 광고 전단지 카페를 찾아 가보니 이게 웬일인가. 무대 위로 등장하는 여가수가 주유소에서 만났던 그녀가 아닌가. 무슨 일이든 Yes로 받아주는 일은 쉬운 게 아니다. 긍정적인 마인드가 좋은 줄 누가 모르겠는가. 그런데 세상 일이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안다. 한편으로는 ‘Yes’를 실천하고부터 ‘칼’이 무척 매력적인 사람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은 일상에서 많이 겪은 일이 아닌가. 웃음으로 날 대하는 분께는 뭐든 잘 해 드리고 싶고 나를 대하는 표정이 냉랭한 사람 앞에서는 왠지 주눅이 들고 마음이 닫히는 건 인지상정 아닌가. 긍정 마인드, Yes Man 실천해 봐야겠다.

 

프로이트의 심리학은 과거의 심리적 상처가 우리 정신세계를 좌우한다고 보는데 비해 아들러의 긍정심리학은 미래에 뭔가 이루고 싶은 목적의식이 우리 심리를 지배한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아들러 심리학은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라는 조언으로 받아들이면 좋을 듯하다. 일이 일어나고 난 뒤에 후회하는 것을 심리학 전문 용어로 ‘사후 가정사고’라고 한다. 쉽게 말해 ‘~했더라면’ 하고 후회하는 것이다. 이미 지난 일에 대해 미련을 두면서 자신을 괴롭힐 필요가 없다. 그런다고 지난 일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과거에 얽매이다 보면 새로운 일이 닥쳐올 때 주눅 들고 주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는 떨쳐 버리고 다가올 미래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뛰어들어 즐기자. 도전은 곧 기회이다. 파도는 나를 침몰시킬 수도 있지만 그 파도를 타는 서핑(surfing)만큼 신나는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비둘기는 아무 것도 없는 진공 속을 나는 게 아니다. 비둘기가 날 수 있는 것은 방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공기가 사실 비둘기를 날 수 있도록 떠받들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아무런 저항이 없는 곳에서 자유는 없다. 저항이 있기 때문에 자유가 존재한다.”                  - 고가 후미타케 [미움받을 용기] 중 -

 

이제 남 눈치도 그만 보자. 남들한테 인정받으려고 안달하다 보면 나 자신을 잃어버린다. 영혼 없는 쓸모가 내 인생을 진실로 의미 있게 해 줄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은메달 수상자보다 동메달 수상자가 행복감이 크다는 연구 결과는 심리적 만족도가 성취 결과에 비례하지 않고 다만 인정욕구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 준다. 저들보다 내가 더 낫다, 더 못하다 비교하면서 우월감을 갖거나 열등감을 갖는 삶은 참 피곤하다. 남보다 못하다는 열등감은 나 자신을 반성하고 고치도록 해줄 것 같지만 실상은 낙담하면서 주눅 들게 하는 게 다반사다. 우월감은 나를 참 재수 없게 만든다. 시기심을 자극해 미움을 사게 되는 우월감은 결국 나를 외롭고 허망하게 만들 뿐이다.

 

긍정 마인드는 자칫 잘못하면 자기기만으로 왜곡될 수도 있다. 승자와 패자 사이의 격차가 큰 서열화 된 사회에서는 소수의 승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패배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사회에서는 긍정 마인드가 남보다 우위에 서기 위한 경쟁 심리를 부추기거나 불평등의 부조리에 눈 감게 만드는 자기기만으로 왜곡될 수 있다.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긍정의 배신]은 이 문제를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긍정 마인드 심리학은 모든 것이 내 마음 먹기에 달렸으니 일이 잘 안 되면 내 마인드에 문제가 있었다는 논리로 오인(誤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반성을 하지 않고 남 탓 하는 태도가 문제라고 보는 관점이 자칫하면 갑의 횡포를 합리화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지 않을까 의심하게 만든다. 저자는 무한긍정 심리학이 신자유주의 시대에 구조 조정 바람이 불 때 직장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에게 주입된 논리라고 지적한다. 긍정 심리학이 출세의 도구로 전락하기 않기를 바란다. [예스맨]의 ‘칼’은 부단히 이웃을 위해 자기 것을 내놓는 일에 긍정적으로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