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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특집 추천할 만한 성장 드라마 3 - 사랑해 말순씨

체거봐라 2009. 1. 1. 19:40

 

 

 

제 나이가 올해 마흔 다섯 듭니니다. 박정희 씨가 죽은 해가 79년인데 그때 제 나이가

열다섯인가 그랬습니다. 중학생이었지요. [사랑해 말순씨]의 광호는 중학 1학년생이네요.

그러니 저의 옛추억과 영화 [말순씨]는 정확히 겹친다고 할 수 있어요.

영화에서는 나랏님(?)이 죽었는데 경우없이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놀았다고

선생이 애들을 개 패듯이 패던데, 제 기억에 대통령의 죽음이 각인되지

않은 걸 보면 게양대에 조기 거는 것 말고는 별 대수로운 일이 없었나 봅니다.

제가 아직 코 흘리는 나이라서 선생님들의 심경을 들여다 볼 재간이 없었기도

하겠고, 워낙 시골 학교라 소위 나랏일이란 먼 별세계의 것이어설 수도 있겠네요.

영화를 보면서 이런 점이 묘했어요. 저도 격동기에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시대를 호흡한 듯한 착각에 빠진다는 겁니다. 사실 제가 중학 2학년 때

몹시 아파 장기 결석을 하며 집에 누워 있을 때 박정희 씨가 죽었거든요.

제가 결석하지 않고 학교를 나갔다면 애들과 대통령이 자기 부하에게

총맞아 죽었다는 얘기를 주고받았을지 모르지요. 학교 나갔던 애들이 실재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분명 그런 기억이 없습니다.

그런데 묘한 건 영화를 보며 저도 그 현장에 있었다는 착각에 빠진다는 겁니다.

개인사적으로 저는 역사로부터 따돌림을 받는다는 불만 같은 게 있는데

87년 6월 투쟁 때에는 시골에서 군입대를 준비하고 있던 때였고 6.29선언 소식을

부대 연병장에게 영내 방송으로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피가 튀는 현장을 기피한 일종의 기회주의 냄새가 나에게는

베어있는 것 같은 원죄의식 같은 게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텍스트에

정교하게 배치된 시대인식을 아주 흥미롭게 찾아냅니다. 그러니 저에게

[말순씨]는 참 좋은 영화일 수밖에 없지요. 어떤 상황에서도 돌아가지 않으려는

불굴의 투쟁의지에 크게 공명하는 제 습속도 아미 이러한 원죄의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네요. [말순씨]는 시대의 강물 위에 둥둥 떠서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흘러가는 어린 영혼의 일상을 아주 섬세하게 그리고

있어요. 도대체 우리의 생활은 시대와 무슨 관계가 있기나 한건지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