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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주에 관한 추천작 - [미남이시네요]

체거봐라 2009. 2. 18. 16:42

2005년에 나온 작품이니 신작이랄 수도 없네요. 우연히 보게 된 영화인데 아주 마음에 듭니다. 우리나라 영화 <나의 결혼 원정기>의 프랑스판이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주 노동자가 100만 명에 달하고 결혼이주 여성이 10만 명을 넘는 사회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결혼 이주와 국제결혼 자녀의 교육에 대한 정부 정책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결혼 이주와 관련하여 심심찮게 들리는 얘기라고는 가정 폭력 뿐이니 한심하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제 성장에만 목소리를 높이고 선진국 진입 운운하지만 사회의 질적 성장에는 등한히 하는 정부의 유치한 정책의 결과가 이 모양입니다.

 

가난한 나라의 여자를 돈으로 사오다시피 하여 데리고 와서는 폭행을 일삼고 자녀를 방치하는 한국의 남자 이야기가 방송과 신문에 오르내리면 참담하기까지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소식을 자주 접하면 나중에 어떤 마음을 갖게 될지 두렵습니다. <나의 결혼 원정기>는 이런 사회 현실을 풍자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풍자가 쉽지 않은 건 비꼬는 심사가 자칫하면 추하게 보일 수 있는데, <나의 결혼 원정기>가 사회 현실의 단면을 드러낸 공을 세운 건 인정하지만 솔직히 아름다움 감동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미남이시네요>의 풍자는 아름다운 감동을 주네요. 솔직히 프랑스 영화를 보면 그들의 문화적 깊이가 부러워지면서 우리 문화 풍토의 저급함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미남이시네요>가 프랑스의 외국인 노동자의 삶을 얼마나 잘 반영하였는지 잘은 모르지만 가난한 주변국에 대한 문화적 우월감을 은연중에 내비치는 저급함은 찾을 수가 없네요. 우리는 제국주의의 지배를 받은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주변국 이주 노동자에 대한 저급한 우월감은 감추질 못하니 이런 모습은 열등감의 다른 표현으로 보여 심히 거북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프랑스의 문화적 우월감을 다른 각도로 드러낸 것일 수도 있겠네요.

 

주인공은 재혼할 여자를 구하기 위해 루마니아로 날아가는데 그런 자신의 모습이 너무 창피하여 주변 이웃에게 숨기기 위해 알리바이를 만드는 모습이, 한때 가난한 제3세계에 속했던 우리의 시각으로 보면 묘한 느낌을 불러일으킵니다. 주인공의 허위의식은 그렇다치고 못생긴 프랑스 남자를 물기 위해 갖은 아양을 떠는 루마니아 여자들의 모습은 가련한 처녀들을 정신대로 보낸 우리에게는 아픈 자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이었습니다. 한편의 코메디인데 함의는 만만치가 않아요. 특히 한때 제국주의에 짓밟혔다가 지금은 상황이 역전되어 가난한 이웃나라를 얕잡아보는 꼴불견이 되어버린 우리가 눈에는 분명 색다른 느낌을 갖게 만듭니다. 

 

 2008년 6월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결혼이주여성 10만4천290명 중 7.8%에 달하는 8천137명이 불법체류자로 전락했다고 합니다. 동남아시아 가난한 나라의 처녀들은 한국으로 들어오기 위해 거금을 브로커에게 넘기고 팔리다시피 한국 남자의 손에 넘겨저 입국을 합니다. 그들은 소개료를 갚을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출을 하게 되고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어 버린답니다. 그들은 신분상 허점 때문에 배우자에게 심각하게 인권을 짓밟혀도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자식을 제대로 교육시키는 건 호사에 가깝습니다.

 

2008년 11월 국회에 제출한 교육과학기술부의 ‘국제결혼가정 학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학령기 자녀 2만4867명 중 6089명(24.5%)이 학교를 다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등학생은 2504명 중 1743명(69.6%)이 학교를 다니고 있지 않답니다. 간단한 통계만 봐도 결혼 이주 여성들의 고통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주 노동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사업주나 이주 여성을 학대하는 남성에 관한 충격적인 뉴스가 심심찮게 터져나오고 통계가 다문화 가정의 심각한 현실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불법 체류 노동자를 강제 추방하는 졸렬한 정책만 고수하고 있습니다.

 

2008년 조사에 의하면 서울시민 중 52.7%가 본인이 국제결혼을 하거나 외국인이 자녀의 배우자가 되는 것에 대해 찬성한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단일민족'이라는 정체 모를 집단의식이 옅어졌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결과입니다. 현실적으로 우리 경제의 상당 부분은 외국인 노동자에 의지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가난한 동남 아시아 국가와 한국 간의 경제력 차이로 인해 형성된 비인간적인 우월의식이나 분리주의가 사회 불안 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문화적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정부 정책의 패러다임이 변해야겠지만 문화적 흐름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미남이시네요>는 참고가 될 만한 작품이었습니다.